[이제는 디지털 복지다]<4>VR로 교육 혁신-구글 `익스피디션 파이오니어`

시공간을 초월해 안방에서도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 미래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VR는 사용자가 실제로 겪을 수 없는 상황을 3차원 가상공간에서 마치 현실처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게임이나 건축, 의료분야에서 적용되며 관련 산업 혁신 촉매제로 주목받고 있다. 교육분야에서도 VR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9월부터 VR를 이용한 `익스피디션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5월 말 미국 마운틴뷰 구글 본사를 찾아 이 프로그램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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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헤드셋을 쓴 시카고 모튼그로브 파크뷰학교 학생들은 `오~와~`라고 감탄했다.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중국 만리장성을 보며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감동을 느끼는 듯 했다.”(시카고트리뷴 5월 7일자)

“학생들이 동시에 `우와`하고 외쳤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호프 머홀랜드 코네티컷주 맨스필드중학교 교사)

구글이 VR를 이용한 학교교육지원 프로그램으로 교육현장을 바꿔놓고 있다. 바로 익스피디션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이하 익스피디션)이다. 익스피디션은 강력한 교육툴이다. 학생에게 자신이 배우는 곳에 직접 가보는 경험을 해보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

구글은 지난해 9월부터 미국의 학교 수업에 VR 기술과 하드웨어를 지원하고 있다. VR가 마치 실제인 것처럼 느껴지게 해 학생이 콘텐츠 자체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생은 구글이 만든 저가형 VR헤드셋인 카드보드로 교실 안에서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돌아보고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을 실제처럼 만나는 경험을 한다.

남미 고대 아즈텍 문화 유적을 현장탐방하고 싶다면 직접 남미로 떠날 필요는 없다. 교실에 편안히 앉아서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VR헤드셋에 스마트폰을 끼워 현장에 있는 듯이 생생하게 360도 영상으로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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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신청을 받아 직접 학교에 찾아가 수업을 지원한다. 수업준비과정은 쉽게 이뤄진다. 수업에 필요한 장비는 교사용 태블릿PC 한대와 학생용 스마트폰, 카드보드가 전부다. 물론 구글이 무료로 전부 제공한다.

수업전 교사는 한 시간 가량 구글 익스피디션팀으로부터 앱을 다루는 방법을 습득한다. 교사가 태블릿PC에서 현장학습할 곳을 터치하면 너무 멀거나 위험해서 갈 수 없었던 문화유적과 자연환경이 학생 눈앞에 펼쳐진다. 학생의 감탄이 터져나오는 순간이다.

교사가 목적지를 정하면 학생은 자동으로 그곳으로 점프하는 색다른 경험을 한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이 구축되지 않은 학교에도 혜택을 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한 때문이다.

제니퍼 올랑드 구글 익스피디션 프로그램 매니저는 “VR 등 디지털 기술이 시공간을 초월해 그동안 불가능했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며 “비용도 저렴해 누구나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복지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말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덴마크, 싱가폴 등 11개국 100만명 학생이 이 세트를 공급받아 놀랍고 신기한 경험을 했다. 수업의 집중도도 높아졌다. 예를 들면 고대사 수업은 흥미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사진 등을 보조교재로 이용하지만 흥미를 유발하는데 한계가 있다. VR를 이용하면서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얼굴을 돌려 주변환경을 360도 모두 볼 수 있어 학생은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며 수업에 집중한다. 교사 태블릿PC에 학생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스마일표시로 나타나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관리도 용이한 편이다.

구글은 모든 사람이 쉽게 VR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접근방식을 달리했다. 값비싼 헤드셋을 개발하는 대신 가장 값싼 변형을 선택했다. 헤드셋을 골판지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카드보드는 아무 스마트폰에나 장착해 볼 수 있는 거치대 역할을 한다. 카드보드에 설치된 싸구려 플라스틱 렌즈는 스마트폰 화면을 3D화면으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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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최근 VR기기가 늘어나고 있지만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롤러코스터 체험이나 가상 번지점프 등을 몇 분 가량 즐기고 나면 기기는 쓸모없게 된다.

구글은 이같은 약한 고리에 주목했다. 그동안 축적된 회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외부 파트너사와 협력해 콘텐츠를 제작했다. 현재까지 역사 유적 등 200여곳 영상을 제작하고 텍스트를 만들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스트리트뷰팀, 에듀케이션팀, VR팀 등과 공조했다. 행성협회(Planetary Society),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베르사이유 궁전(Palace of Versailles) 등 외부기관도 동참했다. 이를 통해 영국 버킹검 궁전, 북극,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우주정거장, 남한산성 등을 VR콘텐츠로 제작했다. 구글은 회사 설립이후 데이터를 가장 우선시했다. 당장 수익이 되지 않지만 꾸준히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가 결국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익스피디션의 또 하나 특징은 각종 직업을 VR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직업DB를 구축해 학생이 가상으로 직업을 경험하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생각만으로 존재했던 자신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학생에게 자신의 직업과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일상이 된 디지털 기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복지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공동기획: 전자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