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기도 하고 심심하지 않아서 좋아요. 다른 환자들이랑 이야기도 하게 되고 젊은 사람들이 하는 걸 우리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재미있네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삼성우리재활요양병원 휴게실에는 조금 색다른 테이블이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환자들이 테이블 앞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불빛이 나오는 테이블 여기저기 눌러보며 미소 짓는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거동이 불편한 손을 열심히 움직이며 시선은 줄곧 테이블을 향한 백발 어르신의 얼굴에 진지함과 웃음이 교차한다.
삼성우리재활요양병원에는 재활 치료를 위해 입원한 환자부터 치매 등 요양이 필요한 노인 환자가 생활한다. 뇌졸중, 중풍 등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돼 집중적인 재활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많다.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은 몇 개월 전 테이블 형태의 멀티터치 디스플레이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40인치 이상 대화면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멀티터치 기능을 갖췄다. 신체 이용이 자유롭지 않고 70대 이상 노인이 많은 병원 특성을 감안해 단순하고 쉬운 플래시 게임 위주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국내 기업 아바비젼이 하드웨어와 함께 콘텐츠를 직접 개발해 공급했다.
윤근웅 삼성우리재활요양병원장은 “멀티터치 테이블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게임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벌레잡기`”라고 소개했다. 화면 속에서 빠르게 혹은 느리게 기어다니는 벌레들 중 같은 종류를 파악하고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어 두 마리 이상을 한 공간에 넣으면 된다. 이외에 카드를 한 장씩 뒤집어 위치를 기억했다가 같은 색깔 카드를 찾는 게임도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층이나 신체 활동에 이상이 없는 사람은 너무 단순하다고 느낄 만하다. 하지만 재활 환자와 노인이 대부분인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기대 이상의 도입 효과를 거뒀다고 말한다.
윤근웅 병원장은 “재활치료의 목적은 냉장고에서 물건 꺼내기, 화장실 가기, 계단 오르내리기, 물건 집기 등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단순 반복적인 재활치료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멀티터치 테이블에서 제공하면 훨씬 재미있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운동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테이블 한 대에서 여럿이 함께 게임을 하며 환자 간 친목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오랜 병원생활에 지친 환자가 멀티터치 테이블로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문안을 온 손자·손녀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게임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윤 병원장은 “어린 아이가 처음 전자오락을 접해 신기해하는 것처럼 어르신도 생에 처음으로 멀티터치 테이블로 게임을 접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시는게 대부분”이라며 “콘텐츠 자체도 흥미롭지만 다른 병실에 있는 환자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재활운동을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한 재활치료용 콘텐츠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자 재활과 병원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