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연간 10만원도 못 벌고 200만원 부담하는 다단계 판매원"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다단계 판매와 일반 거래의 가장 큰 차이는 소비자가 곧 판매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가 “직접 써 보니 좋더라”며 구입을 권유하는 식이어서 과거에는 다단계판매의 주요 품목이 건강식품, 화장품 등에 한정됐다. 최근 수년 사이에 휴대폰 다단계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다단계판매 5대 주요 품목(건강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의료기기, 통신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휴대폰 다단계 시장은 사실상 9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매출이 가장 많은 기업은 IFCI로, 2014년 기준 624억6680만원을 기록했다. 2015년 6월 다단계 판매원 수만 14만2520명이다. 에이씨앤코리아와 아이원은 지난해 각각 526억8176만원, 443억3049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3년 기준 판매원 수는 각각 3만603명, 8만8061명이었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나은 실적이다. 판매원이 되면 괜찮은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후원수당(다단계 업체가 거래 실적 등에 따라 판매원에게 제공하는 경제 이익)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공정위에 따르면 IFCI의 2014년 연간 1인당 평균 후원수당은 29만4000원이다. NEXT는 43만7000원, 아이원은 78만8000원이다. 판매원들은 1년 동안 평균 30만~80만원을 버는 셈이다. 그나마 후원수당이 높게 계산된 것은 상위 1%가 많은 돈을 받기 때문이다. 상위 1%의 연간 평균 후원수당은 IFCI 1794만8000원, NEXT 2779만4000원, 아이원 4030만9000원이다. 반면에 하위 60~100%의 평균 후원수당은 1만7000원~8만5000원 수준이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판매원 대부분은 제대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셈이다.

벌이는 얼마 되지 않는 반면에 판매원에게 지워지는 부담은 적지 않다. 방문판매법상 다단계 업체는 판매원에게 연간 5만원 넘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 IFCI는 7만4347명에게 1인당 평균 198만5000원, NEXT는 1901명에게 1인당 평균 202만1000원의 구매 부담을 지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판매원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YMCA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한 휴대폰 다단계 업체 상위 판매자는 부산에 사는 A씨에게 “판매원으로 활동하려면 LG 단말기 사용이 의무이며, 89요금제를 3개월 이상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기 변경은 포인트가 부족해 사업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기기를 개통해야 한다”고 부담을 가중시켰다. A씨는 매월 할당된 단말기 판매수를 채워도 수익은 홍보와 다르게 10만원도 되지 않고, 오히려 휴대폰 요금은 매달 10만원 이상 지출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휴대폰을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다단계 판매는 소비자의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방문판매 방식이다. 단순한 설명이나 시연만으로는 품질을 판단하기 힘든 건강식품, 화장품은 다단계 판매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반면에 휴대폰은 기능이 제한되고 중장기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 다단계 판매는 단순히 `판매 확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다단계 판매 방식 자체가 결코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휴대폰이 다단계 판매에 적합한지,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너무 크지는 않은지 등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