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배출가스 소프트웨어(SW) 조작을 시인하지 않자, 결함시정(리콜) 계획을 반려(불승인)하는 강수를 뒀다. 또 경유차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한국닛산에 대해서도 계획대로 판매금지와 형사고발 절차를 밟기로 했다.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2일 다시 제출한 리콜계획서를 반려했다고 7일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3월 23일 폭스바겐 측이 처음 제출한 리콜서류 보완을 요구하면서, 임의설정 인정과 외국 정부에 제출한 리콜계획서 원본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다시 제출한 리콜서류에 임의설정을 시인한다는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폭스바겐 본사가 독일 정부에 제출한 리콜계획서는 일부만 제출했다.
폭스바겐 측은 리콜계획서에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티구안 차량(2만4000대)의 개선 소프트웨어를 제출했으며,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리콜명령을 받은 15차종(12만6000대) 전체에 대해 소프트웨어를 내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제출계획은 2일 1차종(티구안), 13일 3차종(아우디 A4 2.0·A5·A6), 27일 1차종(아우디 A4 30), 12월 12일 1차종(제타 2.0) 순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제출한 티구안 차량 개선 소프트웨어는 폭스바겐 본사가 독일 인증기관(KBA)에 리콜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 독일 정부에서 리콜 승인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
한국 정부로부터 리콜명령을 받은 폭스바겐 15차종 역시 현재까지 독일 인증기관으로부터 리콜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미국은 1월 폭스바겐 리콜계획서를 반려한 상태다. 독일 인증기관으로부터 리콜 승인을 받은 아마록(픽업트럭), 골프, 아우디 A4·A5·A6·Q5(2016년 4월 승인, 수동)은 정식으로 국내 수입이 없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이 제출한 리콜서류에 환경부가 핵심사항으로 요구한 임의설정 시인이 없기 때문에 리콜서류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공문으로 폭스바겐 측이 임의설정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리콜계획서를 반려할 계획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제작차 배출허용기준과 인증 위반으로 고발한 것과 별도로, 리콜명령 이행 위반으로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제작차 배출허용기준과 제작차 인증 위반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리콜명령 미이행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메겨진다.
환경부는 또 다른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업체 한국닛산도 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이 회사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계획대로 해당 차량인 캐시카이 판매금지 등 행정처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 닛산 측은 흡기온도 35℃ 이상에서 배출가스장치를 중단시킨 것은 과열로 인한 엔진 보호 목적이었을 뿐 임의설정을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이 실내인증 시험기간인 20분은 배출가스장치를 정상 작동시키지만, 30분 이후에는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도 배출가스장치를 껐으므로 임의설정(조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이 저온의 엔진배기온도(60㎞/h 미만 저속주행)에서는 배출가스장치를 중단시키고, 오히려 고온의 엔진배기온도(100㎞/h 이상의 고속주행)에서 배출가스장치를 가동(급가속 등 경우에는 중단)한 것은 고온의 배기가스 때문에 배출가스장치를 중단시켰다는 닛산 측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날 한국닛산을 대기환경보전법 임의설정 위반으로 신차는 판매정지, 이미 판매된 차량(824대)은 인증취소, 리콜명령, 과징금 3억4000만원 부과를 통보했다. 또 한국닛산과 키쿠치 타케히코 한국닛산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한국닛산은 환경부 조치에 대한 공식 입장발표에서 “관련 규제를 준수했으며 임의조작을 하거나 불법 장치를 쓰지 않았다는 입장은 여전히 변함 없다”고 밝혔다. 또 “닛산은 실제 운전환경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저감키 위한 기술적 조치를 시행할 준비가 됐음을 환경부에 전달하고, 해당 모델 국내 판매도 중지 했다”고 설명했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폭스바겐 측에 임의설정을 인정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며, 폭스바겐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경우에 한해 폭스바겐 차량 개선 소프트웨어가 타당한지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