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락 악기 소셜펀딩 헌정 프로젝트 “다시 부는 바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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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기자] 시대를 연주한 마에스트로. 대중음악의 전설로 불리우는 팔순의 아코디어니스트 심성락. 그는 최근 사반세기를 함께해 온 악기(슈퍼 파올로 소프라니 5열식, 이태리산)를 잃었다. 4월초 서울 군자동 자택에 화재가 나면서 그 악기도 잿더미가 됐다.

늘 현관 옆에 두던 거라 집어 왔으면 될테지만 그럴 정신도 없었다. 48kg의 왜소한 체구에 30kg 무게의 악기를 번쩍 들기도 어려웠다. 당신의 실수로 행여 인명 피해라도 줄까 싶어 뛰쳐 나간 팔순의 악사는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119 신고로 5분여만에 소방차가 왔다. 천만다행으로 더 이상 주변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내 실수로 남한테 피해 입히고 나도 거지가 됐는데. 악기 아깝다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옆 방 사람 윗층 할머니 깨우느라고 갖고 나올 생각도 미처 못 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미련없이 잘 떠나 보냈다 싶네요.”

살짝 떨리는 입술 사이로 옅은 한 숨이 새어 나오는 듯 했다. 먼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촉촉하다. 오랜 지기를 잃었지만 그의 얼굴은 고요했다.

노악사 심성락의 연주 이력을 꿰어 보면 그대로 한국 대중음악사가 된다. 시대적인, 장르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끊임없이 심성락을 찾고 있었다. 패티김, 조용필, 이승철, 신승훈, 김건모 등 국내 가수 열 중에 아홉은 그의 음악이 채색되어졌다. 현재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그의 연주곡만 7천여곡, 음반은 1천여장에 이른다.

그렇게 심성락은 탁월한 아코디어니스트로 반세기가 넘는 그의 음악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부단히 증명해 오고 있었다. 2009년 대중가요 사상 최고령 뮤지션의 앨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발매소식과 활발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세상 밖으로 노구를 이끌고 나온 이 거장은 당시 깊은 상처를 입고 사람을 믿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했음을 훗날 밝힌다.

그렇게 애착을 품어 온 음악인생을 2010년에 스스로 끝맺으려 했다. 방송국에서 전화가 와도 악기를 팔았다고 둘러대면서 거절했을 만큼 음악이 싫어졌다. 지인들에게 이용당하면서 받은 상처와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나이 드니 건망증이 심해져 곡 순서를 다 적어놓고도 무대에서 안보여 애를 먹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더 피해주기 전에 내가 그만두자 한거죠.”

하지만 젊은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나선 2010년 GMF(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순간’과 ‘최고의 공연’ 어워드 2개 부문을 수상하고,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수상한다. 2011년 ‘유희열의 스케치북 1백회 특집’과 ‘EBS space공감’ 출연을 계기로 닫혔던 마음이 조금씩 열렸고, 마침내 2011년 6월 한국 대중음악 사상 최초로 생존하는 연주자에 바쳐진 헌정공연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라 뜨거운 눈물을 보인다.

“음악이 싫어진 나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은 후배들과 젊은 팬들이었지요.”

이후 공식적으로는 2년 8개월여만에 4월말 열린 장르와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적이고 독보적인 국내외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Right Now Music 2016(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그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동시대성이라는 키워드로 ‘시대를 연주한 거장’ 심성락과 지금 이곳(Right Now)의 음악을 보여주려는 기획이 노장을 움직였고, 결국 내한했던 해외 뮤지션들이 이 거장의 음악에 더 환호를 보내주었다.

조금은 힘에 겨워 보이는 듯 했지만 무대 위에서 그의 연주는 빛이 났다. 앉아서 연주하는 그의 무릅 위에는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묵직해 보이는 낯선 아코디언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인에게 빌려 연주한 아코디언이 내는 소리는 노장의 그것과 는 많이 달리 들렸다.

당시 ‘Right Now Music 2016’ 최성철 대표를 비롯한 조직위 식구들은 각방으로 노력하기 시작한다. 이 노장의 악사에게 생명과도 같은 악기를 헌정하자는 아이디어를 모았고 이를 위해 소셜 펀딩을 제안한다. 뜻 깊고 의미있는 소셜펀딩을 추진해 남은 ‘악사’로서의 여생을 선물해 드릴 수 있다는 확신이 이들을 움직인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상 최초로 생존하는 연주자에게 악기를 헌정하고, 그 후원자들을 모시고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감사의 공연을 하기로 결정한다. 더불어 후원자들에게 드릴 리워드 상품도 확정했다.

후원을 통해 마련되어질 악기 벨트에 후원자들의 이름을 한 땀 한 땀 새겨 넣어 드리고, 후원 금액에 따라 감사의 친필 메세지 카드, 한정판 LP(Vinyl)과 LP미니어쳐CD, 공연 초대권 등등의 리워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심성락 악기 소셜펀딩은 예술, 문화컨텐츠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http://tumblbug.com/shimsungrak)과 함께 한다.


소성렬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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