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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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병은 잠복하고 있다가 적을 기습 공격하기 위해 은밀하게 군사를 숨겨 배치하는 것 또는 그 군사를 의미한다. 흔히 복병이라는 말은 경계해야 할 대상 또는 갑작스레 대두된 위기로 쓰이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암시할 때 회자된다.

지난해 12월 1일 시작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가 1일로 6개월이 됐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장고를 거듭하는 와중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재촉하는 모양새도 연출됐다.

정부 판단이 차일피일 지연되는 가운데 여소야대 지형으로 재편된 20대 국회가 시작됐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방송·통신 분야 최대 이슈로 떠오른 만큼 국회가 간과할 리 없다. 국회가 기업 간 M&A에 관여하거나 개입할 근거도, 명분도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M&A 최종 인가를 결정할 미래부는 물론 국회도 인정한다.

하지만 국회가 상임위를 통해 공론화하는 방식으로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회가 복병이 될지 안 될지는 전적으로 미래부에 달렸다. 국회가 상임위에서 M&A에 대한 이해 없는 정쟁을 반복하고 대안 없는 정부 비판을 지속하면 미래부가 강력하게 반박하라는 말이다.

동시에 성장 한계에 직면해 허덕이고 있는 우리나라 방송·통신 시장에 국회의 부적절한 행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받을 수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미래부와 20대 국회가 향후 역학 관계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부가 20대 국회와의 관계 설정을 19대 국회와는 전혀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서비스를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과 예측 가능성,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명분을 갖고 가야 한다. 예측 가능한 복병은 복병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건 미래부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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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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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통신방송 전문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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