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기업문화 혁신 나선 삼성·LG...핵심은 창의성·유연성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업문화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문화의 근본이 되는 인사와 평가 등 제도 개혁은 물론 회의와 야근 등 일하는 방식까지 고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업문화 혁신을 시도하는 것은 기존의 대기업 문화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처럼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내부 창의성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직에 깊이 뿌리 내린 대기업 문화를 한순간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전사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혁신안 이달 발표=삼성전자는 `컬처 혁신` 후속 대책으로 이달 중에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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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3월 24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주요 사업부장, 임직원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주요 사업부장과 임직원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개최했다. `스타트업 삼성`이라는 새로운 조직문화의 지향점을 설정, 빠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도입하겠다는 선언이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관행은 과감히 걷어 내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일하는 문화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3대 전략으로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 △업무 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도 내놓았다.

컬처 혁신 선포식은 구호에 그치는 선언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사내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MOSAIC)`를 통해 `글로벌 인사제도 혁신`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었다. 참여한 임직원 2만6000여명의 의견을 바탕으로 했다. 선포식 이후에는 인사팀과 각 분야 임직원이 참여하는 TF를 만들어 직급과 보상체계 개편 등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구분하는 직급 체계가 단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승진 연한과 보상 체계도 파격으로 바꿀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F에서 직급 단순화, 수평식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을 주요 방향으로 하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최종 혁신안을 다듬어 이달 중에 임직원 대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인사혁신 로드맵이 나오기 전부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월급 지급일인 매월 21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오후 6시 정시 퇴근을 독려한다. 패밀리데이에는 회식도 금지한다.

보고와 회의 문화도 바꿨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업무 시간에만 회의를 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기존의 아침회의나 오후 5시 이후 회의 등은 금지한다. 회의 때문에 업무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휴가제도도 도입했다. 습관성·눈치성의 평일 잔업이나 주말 특근을 줄이고, 가족사랑 휴가나 자기계발 휴가 같은 다양한 휴가제도를 도입해 사용을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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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임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아이디어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LG전자 내년부터 신인사제도 시행=LG전자도 올해 초부터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황호건 LG전자 최고인사책임자(CHO·부사장)가 사내 방송을 통해 호칭 체계, 휴가 문화, 동료 평가 등 사내 시스템을 일부 변경하겠다고 직원들에게 알렸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사내 게시판에 마련한 `우리 틉시다`를 통해 제안된 임직원 아이디어를 종합해 알린 것이다.

이를 토대로 LG전자는 올해 말까지 인사와 기업문화 개선안을 마련한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연공서열에 따른 수직식 직급 체계에서 탈피해 팀장, 파트장, 팀리더 등 맡은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직급 변화를 모색할 예정이다. 평가도 기존의 상대평가에 절대평가를 융합하는 형태로 바꾼다. 5개 평가 등급 가운데 최고와 최저는 상대평가로 정하지만 중간 3개 등급은 절대평가를 적용, 우수한 팀이나 부서는 모두 A를 받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동료 평가도 도입한다.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휴가를 통한 재충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안식휴가제 등 새로운 제도도 마련한다. 월 1회 팀장 없는 날, 플렉시블 출퇴근제, 회의 없는 날 등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이미 도입한 제도도 있지만 평가체계 등 큰 제도 변화는 연말까지 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LG전자 인사·기업문화 개편 방향 (자료: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자-LG전자 인사·기업문화 개편 방향 (자료:삼성전자, LG전자)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