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300억원이던 매출이 2015년 1조60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도 60여명에서 160여명으로 100명이 늘었다. 후지모토 세이지 대표가 맡은 지 9년 사이 한국무라타전자에 일어난 변화다.
후지모토 대표는 국내 언론과는 처음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부임했을 때 세운 계획 이상으로 성장한 것 같다”며 “기존 일본 기업과 달리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요청에 현장 중심의 빠른 대응으로 풀어온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무라타는 세계적인 일본 전자부품 기업이다. 적층세라믹캐패시터 시장 부동의 1위이자 EMI필터·SAW필터·RF모듈 등 전자 제품에 필수적인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연매출 1조2000억엔(약 13조원)이란 실적도 돋보이지만 일본 제조업의 상징 `모노즈쿠리`를 대표한다. 모노즈쿠리는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갖춰 불황에 강한 기업으로 꼽힌다.
후지모토 대표는 2007년 무라타 한국법인을 맡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휴대폰,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며 괄목할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무라타는 삼성전자 내 스마트폰 부품 공급 1위다. 삼성 계열사를 포함,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삼성전자에 가장 많은 부품을 공급 중이다. 무라타 기술력과 품질, 양산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한국법인 구성원의 하나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다.
후지모토 대표는 “한국에 있는 일본회사이기 때문에 한국의 좋은 점과 일본의 좋은 점을 조화롭게 융합하려 했다”며 “항상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서 팀워크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후지모토 대표는 한국지사장 부임 후 9년 동안 한결같이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로컬라이제이션)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다. 무라타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한국무라타는 한국에 거점을 둔 조직인 만큼 현지와의 융화는 성과를 극대화하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무라타전자가 거둔 성과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금까지 1조원을 넘은 일본기업은 소니 등 다섯 손가락에 꼽히고 있다. 한국무라타는 여기에 3년 뒤 2조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최근 중기계획을 세워 자동차, 헬스케어,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들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물인터넷과 결합에서 기회를 봤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자동차·헬스케어·에너지가 사물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무라타가 자신하는 통신 부품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후지모토 대표는 이 같은 전략의 일환에서 한국 의료기기 회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회사명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염두에 둔 곳이 있다”며 “내년쯤 인수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업체 인수는 의료기기 사업 자체보다 부품을 병원 등 의료기기 수요처에 공급할 수 있는 전략적 교두보 확보 차원이다.
외국계 회사로는 이례적인 한국법인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M&A다. 무라타는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중요 법인에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한국무라타는 스마트폰 시장 확대로 성장했다. 전체 매출 약 80%가 스마트폰 부품이다. 의존도가 크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시장은 또 최근 들어 포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후지모토 세이지 대표는 그러나 당분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거처럼 큰 폭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대수가 조금씩 늘고 있고, 통신 밴드 수 증가에 의해 부품도 증가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부품 시장 성장은 향후 2~3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무라타전자 실적 추이(단위:억엔)>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