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721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 모바일결제 시장은 2020년까지 소매업 부문에서만 1300억달러 규모 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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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능성이 높은 NFC결제 시장에서 한국은 그야말로 불모지나 다름없다. 애플, 비자, 은련 등이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전 세계에 NFC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NFC인프라 구축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는 원론적인 다툼만 지속하고 있다.

국내도 논의는 일찍 시작됐다.

지난 2011년 정부와 통신사, 카드사, 유통 가맹점이 모두 참여한 세계 최초의 NFC 기반 모바일카드 시범사업이 한국에서 발족됐다. 당시 이통 3사와 카드 11개사, 밴 3사, 6개 주요가맹점 등이 명동지역에 NFC존을 선포하고 다양한 NFC 기반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사업은 1년여가 지난 후 계륵으로 전락하고 깔렸던 인프라는 폐품이 됐다.

NFC결제의 특징은 인프라 확장이 필수다. 하지만 인프라 투자 주체가 명확치 않고 서로간 입장만 내세우다 사업은 결국 흐지부지 됐다. 이 후 카드사별로 NFC 활성화 사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에 글로벌 기업은 엄청난 자본력을 앞세워 이미 NFC진영을 형성했다. 플라스틱 기반 결제를 NFC 결제로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프로젝트가 여러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현재 모바일결제를 선도하고 있는 삼성페이도 NFC결제 시장으로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과 애플 구글 NFC 3자 경쟁구도가 조만간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가 독자 NFC규격을 추진하는 데에는 이들 글로벌 기업의 종속을 한국에서만이라도 탈피하자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결제 최접점에 있는 카드사지만 IT 플랫폼에 종속되는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통신과 스마트폰 제조사, SNS 기반 이종기업까지 모바일결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카드사의 `특권`이 사라진지 오래다. NFC방식 결제 서비스가 정착되면 모바일 카드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실물카드와 연계된 서비스 방식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

즉 카드사 간 표준 카르텔을 형성해 결제 종속을 막고, 별도의 다양한 서비스를 붙일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NFC 관련 시장은 그야말로 카드업계엔 노다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위치 기반 광고 서비스는 물론 각종 부가서비스 접목에도 활용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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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모바일 결제 취급액만 4조원을 돌파했다. 앱카드 결제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오프라인 시장에서 NFC결제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교통카드처럼 고객 결제 습관에도 상당한 편의성을 갖추고 있지만 카드업계 공통의 규격 자체가 없다보니, 인프라 확장이 없어 사용처 자체도 부재한 상황이 발생했다.

오랫동안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카드업계가 NFC결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셈이다.

독자적인 규격 제정에 의미가 있다.

해결과제도 남아있다. NFC 기반 결제 보안성 취약을 해결해야 한다.

과거 네덜란드 이동통신사인 KPN과 라보뱅크, 펀드 수탁은행인 ABN암로가 NFC 기능이 탑재된 노키아 휴대폰(모델명 6131)으로 NFC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RF안테나 감도가 현저히 떨어져 카드 결제, 현금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랑스 니스지역에서도 오렌지텔레콤과 프랑스 은행들이 NFC시범사업(CITYZI)을 추진했다가 치명적인 안테나 결함과 이중결제 등 보안성 문제가 불거져 사업을 연기했다.

사업 확대 전에 해결돼야 할 NFC 기반 모바일카드 거래 안정성과 보안성이 확보되지 않아, 제2의 금융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준 제정에 보안 취약점까지 연계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카드업계는 NFC 인프라 보급과 함께 이 같은 결제 취약점을 동시에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