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과도한 반도체 보조금 지급 의혹을 둘러싸고 주요 이해관계국간 물밑 기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박성욱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SK하이닉스 대표)은 26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WSC:World Semiconductor Council) 사장단 연례회의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이 투명하고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에 대한 협회 대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에 과도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해 5월 WSC 사장단 회의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문제 제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슈가 확산되면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을 제외한 각국은 중국 무역보복이 두려워 미국 의견에 동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미국 SIA를 대표해 공개 발언에 나선 아지트 마노차 글로벌파운드리(GF) 대표는 중국을 겨냥한 듯 “자유무역, 공정무역은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성장동력이었다”며 “자유무역이 보장돼야만 혁신과 발전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를 대표해 공개 발언한 왕유 화홍그레이스 대표는 “CSIA가 WSC 회원사로 활동한 지난 10년간 세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항변하듯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추츠 윈 중국 SMIC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입을 굳게 닫고 자리를 떠났다.
WSC 사장단 연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매년 하반기 6개국 정부 정책담당자와 기업 CEO가 참석하는 정부간 연례회의에 보고된다. 아울러 회원국 정부 정책과 제도로 반영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 6개국 공동합의안을 도출해낸다. 올해 WSC 정부간 연례회의는 10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이 도마 위에 오를지 주목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 이종준 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