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전도 기술이 10여년 만에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다. 초전도는 송전 용량이 기존 구리보다 5배에 달하는 `꿈의 전력 기술`이다. 선재부터 케이블까지 핵심 기술 대부분을 국산화하면서 국가 전력난이 해소가 기대된다. 산업계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서남(대표 문승현)은 올해 한국전력이 실시하는 신갈변전소-흥덕변전소 간 초전도 전력 케이블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고 26일 밝혔다. 케이블 설치 구간은 1㎞ 정도다. 두 변전소는 서로 부하 능력을 공유한다. 초전도 케이블의 첫 상용화 사업이다. 내년 중 지중선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다.
초전도 케이블은 말 그대로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전선이다. 초전도 현상은 특정 온도에서 특정 물질의 저항값이 `0` 수준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초전도 물질을 생산하고 영하 200도에 이르는 극저온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전도 케이블은 송전 손실이 기존 10분의 1 수준이다. 송전 용량은 5배가량 높다. 더 적은 케이블로 더 많은 전력을 보낼 수 있어 전력난 해소 효과가 크다. 전력망을 추가 설치할 여유가 없는 도심 지역에서 유용하다. `탈원전`을 선언한 유럽 지역에서도 수요가 확대된다.
서남은 이 케이블 핵심 소재인 초전도 선재를 LS전선에 공급한다. LS전선이 서남 선재를 이용해 초전도 케이블을 제작, 한국전력 사업에 참여한다. 케이블 밀봉층에 액화질소를 넣어 극저온 조건을 만든다.
서남 경쟁력은 초전도 선재를 상용 수준에 맞춘 것이다. 원료 물질 GdBCO(개더륨, 바륨, 구리, 산소 화합물)를 증착해 선재를 만든다. 화합물을 합성한 뒤 증착하는 것이 아니라 합성과 증착을 거의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전 단계를 줄이고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공정을 위해 전용 장비를 자체 개발했다.
문승현 서남 대표는 “초전도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서 장비부터 공정까지 모두 새로 개발했다”며 “소규모 장비로 아이디어를 시험한 결과 실제 구현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고 결국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큰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수 년 전까지 초전도 선재 시장 가격은 m당 100달러 수준이었다. 서남 성과로 초전도 선재 가격은 20~25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꿈의 기술`로만 통했던 비싼 초전도 기술이 비로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닦았다.
서남은 세계 수준의 초전도 선재 개발·생산 역량을 갖췄지만 그 동안 매출은 부진했다. 미국 ASMC와 선재 시장을 양분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지만 시장이 개화하지 않은 탓이다. 2012~2013년도 매출이 수천만원에 불과했다.
올해는 한전 사업 참여와 초전도 시장 확대로 큰 폭 성장이 기대된다. 올해 매출 목표를 8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에도 각종 실증사업과 연구기관 수요가 확대되면서 40억원가량 매출을 올렸다.
서남 관계자는 “그 동안 해외 매출이 대부분이었고 연구소 수요가 많았지만 올해는 국내에 상용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