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반도체 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모여 반도체 기술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각론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세계반도체협의회(WSC:World Semiconductor Council)는 26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사장단 연례회의를 열고 `서울선언문`을 발표했다. WSC는 반도체 각국 업체간 협력 증진을 위해 1996년 4월 창설된 모임이다. 한국, 미국, 일본, 유럽, 대만, 중국 반도체협회 주요 회원사가 WSC 구성원이다. 매년 한 차례씩 실무회의와 총회 형식 사장단 연례회의, 정부간 연례회의가 열린다. 표준화, 지적재산권, 무역자유화, 환경안전보건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된다.
이날 회의에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네십 사이네르 인터실 대표(미국), 아지트 마노차 글로벌파운드리 고문(아랍에미리트), 쇼조 사이토 도시바 고문(일본), 히데토 히다카 르네사스 수석부사장(일본), 아룬자이 미딸 인피니언 이사(독일), 스티븐 오웬 NXP 수석부사장(네덜란드), 치우 츠윈 SMIC CEO(중국), 왕유 화홍그레이스 사장(중국), 씨시웨이 TSMC 대표(대만), 포원옌 UMC CEO(대만)가 참석했다.
WSC는 올해 창설 20주년을 맞아 `반도체 기술 발전을 통한 번영과 발전`을 주제로 서울선언문을 채택, 발표했다. 서울선언문에는 △혁신과 경제성장 △지속가능성 △공공안전과 보건 세 가지 주제에 관한 목표가 담겼다.
혁신과 경제성장 분야에선 관세 제거, 무역자유화, 각국 정부간 협업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내용을 담았다. 무역 자유화로 반도체 보급을 늘리고 특허침해 소송 남용을 방지하는 데 노력키로 합의했다는 의미다. 지속가능성 분야에선 환경보호를 촉진하고 반도체 칩의 에너지 효율을 보다 개선키로 했다. 공공안전과 보건 분야에선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복제품 확산 방지, 반도체 산업 종사자가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유지하는 데 업계 공동으로 노력한다.
박성욱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SK하이닉스 대표)은 “반도체는 미래 첨단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필수 요소”라며 “더욱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반도체 업계에 산학연을 포함한 각 정부간 협력 중요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WSC는 “6개국 만장일치로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선언문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각론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첨예한 대립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은 중국 자본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반도체 사업을 벌이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문제 제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은 중국의 무역보복이 두려워 미국 의견에 동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WSC 사장단 연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매년 하반기 6개국 정부 정책담당자와 기업 CEO가 참석하는 정부간 연례회의(GAMS:The Governments Authorities Meeting on Semiconductors)에 보고된다. 이 회의에선 WSC 사장단 연례회의 논의 내용이 회원국 정부 정책과 제도로 반영할 수 있는 지를 타진해 6개국 공동합의안을 도출해낸다. 올해 WSC 정부간 연례회의는 10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