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유무선 상호접속료 산정이 시작됐다. 접속료는 다른 사업자 망을 이용하고 지불하는 대가로 통신사 주요 매출원 중 하나다. 통신사 간 차등 존속 여부, 유무선 접속료 차등 폭을 두고 통신사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2014년 처음 2조원 밑으로 떨어진 전체 접속료 정산 규모가 올해 얼마나 더 감소할지도 주요 이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사담당자가 27일 용인에서 접속료 산정 킥오프 워크숍을 진행한다.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통신사 의견을 수렴해 전체적인 방향을 잡는 게 목표다.
접속료는 일종의 통행료다. SK텔레콤 가입자가 LG유플러스 가입자에 전화를 걸면 SK텔레콤은 정부가 산정한 분당 접속료를 기준으로 해당 비용을 LG유플러스에 지불한다. 지속적 망 투자와 개선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이용자 편익 제고에 기여하는 정책적 역할을 한다. 음성 통화량과 망 투자(구축비·운용비)뿐만 아니라 경쟁상황, 시장동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다.
접속료는 2년에 한 번 산정해 이번에 2016·2017년 접속료를 동시에 산정한다. 발표 시점은 12월이다. 올해 주요이슈 중 하나는 통신사 간 이동전화 접속료 차등 여부다. 정부는 후발사업자 지원과 경쟁 촉진을 위해 2002년부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간 접속료에 차등을 두어왔다.
2015년 기준 SK텔레콤 분당 접속료는 19.53원, LG유플러스는 19.96원이다. 같은 시간 동안 통화를 하더라도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에 지불하는 접속료가 더 많다. 접속료 차등은 2004년 최대 84%까지 벌어졌다가 점차 감소해 지난해 2.2%(SK텔레콤-LG유플러스 간)까지 줄어들었다. 사업자별 경쟁 상황과 사업 확장, 주파수 사용 효율성을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접속료 차등 규제를 없애고 `단일 접속료`를 시행한다는 논의가 2010년부터 진행됐지만 미래부는 2014년에도 접속료 차등을 유지했다. SK텔레콤 시장지배력을 고려했다는 게 미래부 설명이지만 업계는 `상징적 의미`로 차등을 유지한 것으로 해석했다.
비대칭규제는 존재 자체만으로 통신시장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 역시 차등 존속 여부가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차등이 유지된다면 SK텔레콤과 다른 사업자 간 차등 폭도 관심사다. 소수점 숫자에 따라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차등 폭이 더 줄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간 1.9~2.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접속료 정산규모 축소도 예상된다. 이동통신 접속료는 기술발전과 망의 감가상각에 따라 접속 요율(분당 과금)이 낮아지면서 2009년 3조1333억원, 2011년 2조7505억원, 2013년 2조1419억원으로 꾸준히 낮아졌다. 2014년에는 처음 2조원 밑으로 내려왔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접속료를 낮추는 것이 가계통신비 절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접속료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통신사는 접속료를 낮춘다고 반드시 통신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유무선 음성통화 간 접속료 차등 폭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미래부는 구리선 가입자 선로를 줄이고 차세대망(FTTH) 전환 촉진을 위해 유선전화 접속료를 낮추고 있다. 하지만 적자상태인 유선사업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무선 간 접속료 격차를 점차 축소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유선과 이동전화 접속료 격차는 분당 6.09원(유선 13.44원, 무선 19.53원)으로 올해는 6원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접속료 규모 감소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유무선간 접속료 차등을 줄이는 부분을 비롯해 사업자별 이해관계가 다른 부분이 많아 최종 요율 산정까지 상당 기간 논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동통신 접속료 규모 (자료:미래부)>
<이동통신 접속료 차등 폭 추이(단위:원/분 / 자료:미래부)>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