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자산(IP) 조달처를 다변화한다. 애플 A시리즈 AP에 탑재되는 영국 이매지네이션의 파워VR GPU IP 재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출시된 엑시노스5 옥타 5410에 이매지네이션 GPU를 사용한 이후 줄곧 ARM 말리(Mali) GPU 만을 써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스템LSI사업부는 추후 출시될 신형 엑시노스 AP에 이매지네이션 파워VR GPU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신형 AP 하나를 설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2~18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중 공급 계약을 맺더라도 2018년 출시될 AP 신제품에나 탑재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는 설명했다. 내년 AP 신제품까진 ARM 말리 GPU가 탑재되는 것은 확정된 사안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2013년부터 ARM 말리 GPU를 써왔다. ARM 코어텍스 A시리즈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와 연계성이 높은데다 라이선스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최근 GPU 조달처를 다변화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배경은 성능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ARM GPU 코어는 동등 제품군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 갤럭시S7 시리즈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20과 삼성전자 엑시노스 8890이 탑재된다. GPU 테스트 결과 스냅드래곤 820에 탑재된 아드레노 530이 엑시노스 8890에 내장된 말리 T880 대비 성능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갤럭시S7 발매 초기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시스템LSI사업부에 `다른 방안을 찾으라`고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이매지네이션 파워VR다. 파워VR 시리즈는 애플 A시리즈 AP에 지속 탑재돼 온 GPU다. ARM 제품 대비 가격이 비교적 높지만 아키텍처 구조상 성능 확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현실(VR) 등 추후 출시되는 스마트폰에서 GPU 성능은 매우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며 “삼성뿐 아니라 대만 등 중화권 업체도 이매지네이션 GPU를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공급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AP 팹리스 업체 스프레드트럼과 RDA를 거느린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이매지네이션 지분 약 3%를 인수했다. 추후 스프레드트럼과 RDA가 이매지네이션 GPU를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마저 이매지네이션 GPU를 도입하면 ARM은 관련 사업 분야에서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