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위원장 취임 직후 울진, 월성, 고리 등 원자력발전소 지역을 방문, 주민과 간담회를 가졌을 때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에서 리히터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많은 주민이 일본의 지진으로부터 국내 원전이 안전한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현재 국내에 원전 25기가 가동되고 있고, 그 가운데 19기가 동해안에 위치한 상황에서 혹시 모를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였다. 진원지로부터의 거리와 국내 원전 내진설계 기준 등을 감안할 때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지진이 국내 원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설명하자 조금은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내 원자력과 방사선 분야의 안전 규제를 책임지는 독립 기구로 발족된 지 올해로 5년째다. 원안위는 그동안 다양한 사건을 조사하고 조치해 왔다. 그 모든 과정을 정부 3.0 운영 패러다임에 따라 단계별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계각층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원전 주변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원자력안전협의회를 운영, 원전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원자력 규제 기관이 확인한 결과를 가감 없이 주민에게 알려 왔다.
원안위가 이처럼 정보를 적극 공개하고 소통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은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고 눈높이에 맞는 원자력안전규제정책이 만들어진다.
24일까지 대전에서 열리는 `2016 원자력안전규제정보회의`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정보 교환과 소통의 대규모 장으로서, 이번 회의에서는 원자력 안전에 대해 큰 설계에 해당하는 정책 세션에서부터 세부 기술 세션까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 원자력 규제 전문 기관, 산업체, 연구기관 및 학회, 대학, 원전 지역 지방자치단체 등 원자력 안전 관계자가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원자력 안전 규제에 관심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23일 정책 세션에서는 원안위가 원자력안전법에 근거해 5년마다 마련해야 하는 `제2차 원자력안전종합계획(2017~2021)`의 수립 방향에 대한 발표와 패널 간 토론이 이뤄졌다. 앞으로 5년 동안 원자력안전규제정책의 큰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며, 국민이 안심하는 수준까지 원자력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이 모아졌다. `중대 사고를 포함한 사고관리 규제 방향` `2016년 방사선안전규제 정책 방향` 등 중요한 원자력안전규제 정책 변화에 대한 발표와 토론도 이어졌다.
기술 세션에서는 정보 공유와 함께 기술 분야별로 안전 관련 현안 사항에 대해 깊이 접하는 한편 창의적 해결 방안이 검토됐다. 원자력 안전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공학의 총합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기술 요소와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내용이 다소 전문 분야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전문가와 국민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원자력 안전 규제에 대한 국민 안심은 물리적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각종 안전설비의 추가 설치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안심은 안전성 확보는 기본이고, 사회 환경의 인과관계 속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할 때 이뤄질 수 있다. 앞으로도 원안위는 물리적으로 안전성 제고를 위해 관련법과 시스템을 강화하고 이를 실행해 나감은 물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와 소통 활동을 더욱 적극 펼쳐 나갈 방침이다.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yhkmost@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