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시장이 위축되고 중소 유통점은 퇴출 공포에 떤다. 반면 이통사나 제조사, 대형마트 등이 운영하는 대형 판매점은 늘어나는 추세다. 1차 배경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지만, `시장 포화`라는 구조적 변동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통시장 지각 변동의 원인과 현황, 전망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시장포화`가 근본원인
이동통신3사 가입자는 2011년 이후 연평균 9.4% 감소했다. 작년에만 1.4% 증가했을 뿐이다. 단말기 판매량 역시 2011년 이후 연평균 11% 줄었다. 지난해 반짝(4.7%) 늘었다. 사물인터넷·웨어러블 덕이 크다. 전반적으로는 시장 위축 추세가 뚜렷하다.
책임을 단통법으로 돌리는 것은 좁은 시각이다. 그렇다면 단통법이 제대로 시행된 2015년 이전 3년 연속 시장이 축소된 것을 설명할 수 없다.
근본 원인은 시장 포화다. 3월 현재 휴대폰 가입자는 5399만명이다. 인구(5158만명)를 넘은지 오래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는 4448만명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었다. 휴대폰을 더 살 사람이 많지 않다. 휴대폰 성능이 비슷해지면서 신상품이 나와도 사는 사람이 줄었다. 미국에선 올해 휴대폰 교체 주기가 30개월에 달할 전망(레컨 애널리틱스)이다.
포화된 시장에서는 `보조금` 모델이 무의미하다. 보조금을 아무리 퍼부어도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상대편 가입자를 뺏어오는 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작년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순증을 기록한 LG유플러스 순증 규모는 5만300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개사는 오히려 순감했다. 북미지역에선 보조금 1만달러 당 가입자 순증효과가 2013년 `제로(0)` 수준까지 떨어졌다(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보조금 축소·폐지 추세는 보편적 현상이다. 미국은 2013년 T모바일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4대 이통사가 모두 휴대폰에 주는 보조금을 폐지했다. 우리나라에서 단통법을 배워간 일본 총무성은 과도한 보조금보다 요금인하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1월 이통사 보조금을 의무적으로 20%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요금을 내리는 대신 보조금을 줄여 시설 투자비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신세기통신이 처음으로 보조금 모델을 도입한 이래 20년 간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보조금 지급과 이를 만회하기 위한 통신 과소비가 만연하면서 결국 단통법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지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보조금을 줄이고 요금·서비스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조금이 줄어들면 보조금으로 유지되던 전국 이동통신 유통망은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보조금 의존도가 절대적인 중소유통점이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다. 보조금을 주는 이통사에 묶여 있던 유통망도 개방된다. 유통점 간 휴대폰 판매 경쟁이 벌어진다. 시장포화와 이에 따른 보조금 축소가 이동통신 시장을 밑바닥에서부터 뒤흔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2011~2015년 이동통신3사 가입자 현황(단위:명, %)
자료:미래창조과학부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