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 삼성-LG페이 드디어 조우(遭遇)

영원한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가을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맞붙는다.

마그네틱보안전송(MST)과 집적회로(IC) 기술, 스마트폰과 실물 화이트카드 대결이다. 후발로 뛰어든 LG페이가 누적결제 1조원을 돌파한 삼성페이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화이트카드 방식을 채택한 LG페이 구동 방식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건 뭐지?`하는 반응이 상당수였다. 하지만 기술 스펙이 조금씩 외부로 알려지면서 반응은 부정에서 긍정으로, 실망에서 기대감으로 변하고 있다. 범용성으로 무장한 LG페이 경쟁력에 대해 조금씩 후한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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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화이트카드 기반 `LG페이`(왼쪽)와 스마트폰 기반 `삼성페이`

◇스마트폰 OFF도 결제 가능…스마트폰 의존도 최소화

LG페이 핵심 경쟁력을 압축하면 스마트폰이 꺼져 있어도 결제가 된다는 점이다.

삼성페이를 비롯한 각종 페이는 스마트폰이 매체 도구가 되고, 모든 결제 과정이 스마트폰에 의해 이뤄진다. 좋게 말해서 카드가 없어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스마트폰을 반드시 소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LG전자는 `화이트카드`라는 전자 구동 방식의 실물 카드를 내세웠다. 많은 사람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데 굳이 또 하나의 실물카드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점을 가진다. 하지만 스마트폰 결제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이나 카드 결제에 익숙한 주소비자층을 끌어안는 강력한 흡입력을 지닐 수 있다.

실물카드 결제 방식이다 보니 스마트폰 기종 의존도 낮아져서 중저가폰이나 애플, 삼성전자 스마트폰 연동 가능성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타 브랜드 스마트폰 기종과 LG페이 연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블루투스 기반의 화이트카드는 단순 기능만을 연동하면 다른 스마트폰 기종에서도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화이트카드를 수납과 탈착이 가능한 방식으로 고도화할 수 있다. 최근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LG G5와 우선 연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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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T 아닌 NFC 진영과 경쟁 촉발될 듯

IC 연동 거래도 강력한 무기다.

국내 직불형 현금카드 거래 인프라를 모두 연동할 수 있고, 정부가 마그네틱(MS)카드 거래를 2018년부터 중단하기 때문에 MS 방식을 채택해 당장 시장 선점에 올인한 삼성전자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당장 IC 인프라가 MS 기반의 결제 인프라보다는 취약하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실 MST 방식은 IC 보급 이전의 과도기형 결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IC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고,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을 제외한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MS 결제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당장 모바일결제 시장 선점을 위해 MS 결제 방식 채용은 필수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지불결제 시장은 이미 IC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LG전자는 당장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힘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전체 카드결제 시장에서 IC 결제는 MS 결제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IC카드와 단말기 보급이 확산되면서 IC 결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8년 카드결제 시장에서 IC 결제는 약 443조원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대비 260% 수직 상승이다.

오히려 MS 기반의 삼성페이보다 애플과 2차 삼성전자 버전인 NFC 진영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 페이 시장 확대를 위해 오프라인 결제 시장 확보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삼성전자 등과 손잡은 금융권을 조기에 협력 파트너로 영입해야 한다.

금융권 시각도 LG페이에 대해 밝은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LG전자가 상당수 금융기관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한 가운데 수평적 협력 관계를 제의해 다소 의외였다”면서 “시중은행과 카드사는 하반기 출시에 맞춰 상당수가 파트너십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LG페이는 삼성페이와 달리 카드를 연동하면 LG전자 서버를 거치지 않고 카드사가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간편한 온라인 결제 지원을 위해 스마트 일회용패스워드(OTP)를 내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온·오프라인 결제 보안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MS와 근거리무선통신(NFC)이 장악한 결제 가맹점을 IC 진영으로 유인하는 유인책이 절실하고, 진정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보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또한 실물 매체인 화이트카드 보급 방식, 즉 유료화를 했을 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화이트카드, IoT 스마트키로 확장 가능성

LG전자는 최근 모듈 교체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G5 프렌즈를 출시해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G5프렌즈가 다양한 기기와 시스템을 연동하는 오픈 생태계를 추구한다.

LG페이도 큰 틀에서 다양한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참여하는 `핀테크 버전` G5프렌즈 생태계가 구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LG전자와 제휴를 맺은 금융권이 VIP 고객 프로모션 일환으로 화이트카드를 배포하거나 이동통신사와 연계, 스마트폰 요금제와 연동해 화이트카드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출시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는 9월께 LG페이가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페이는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키로 활용하는 방안도 LG전자 내부에서 검토되고 잇다. 단순 결제 수단으로 화이트카드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차 IoT 플랫폼과 각종 전자기기 구동 장치 등으로 기능을 집적화, IoT 핵심 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이종 글로벌 사업자와의 연대가 절실하다. LG페이 진영을 더욱 공고히 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