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 가운데에서 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학부모다. 우리 아이들을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키워야 하는 부모 세대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한 교육 업체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사교육 업체가 주최했다고 보기에는 파격의 행사였다. 입시교육이 주된 내용이 아니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기업가정신 교육 전문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 AI연구소장이 참여했다. AI와 미래사회 전망 강연을 경청하는 부모들의 자세는 진지했다.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스마트폰을 들어 강연 장면도 열심히 찍었다.
교육 세미나의 핵심은 간단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곳일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국어, 영어, 수학 위주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대기업에 가는 삶이 목표가 되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질문을 던지고 호기심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사람들을 만나면 무엇보다 교육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그날 현장의 열기를 체감한 이후 깨달은 것은 이미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예민하게 세상의 변화를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고 그다음이 학부모와 교사, 가장 나중에 느낄 것이 공무원일 것이다. 우리가 교육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공교육`을 가리킨다.
이미 미래 사회를 직접 살아갈 당사자인 아이들은 빠르게 `디지털 네이티브`가 됐고, 누구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부모도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코딩 교육이고 기업가정신 교육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딩 교육과 기업가정신 교육의 끝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입사가 아니다. 제2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되는 것도 아니다. 궁극의 목표는 그들 자신의 꿈을 꾸고, 그 꿈을 끈기 있게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알파고와 싸운 인간 바둑기사 이세돌에게서 발견한 인간의 품격, 인류의 미래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