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휴대폰과 약정요금을 별도 상품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단말기 가격과 2년 약정요금을 합쳐 160만원이 넘으면 법대로 다단계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실제 휴대폰을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며 단말기와 약정요금을 분리해 판매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중저가 제품만 유통 가능해진 휴대폰 다단계판매 시장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공정위도 “휴대폰 다단계판매가 상당부분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휴대폰과 약정요금, `하나의 상품`이다
방문판매법상 160만원을 초과하는 상품은 다단계 판매가 금지된다. 고가 상품일수록 다단계판매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휴대폰 단말기 가격은 160만원을 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문제는 휴대폰은 통화·데이터 기능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단말기 가격과 통화·데이터 요금을 포함하면 160만원을 쉽게 넘는다.
사업자는 그동안 휴대폰 단말기와 약정요금을 별도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둘이 따로 떨어져서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하나의 상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경종 공정위 특수거래과장은 “일반 소비자도 휴대폰과 요금제를 한 번에 구매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게 현실”이라며 “휴대폰과 요금제는 개별적으로 판매되지 않고 한꺼번에 계약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다단계방식으로 휴대폰을 팔면서 약정요금 없이 단말기만 판 사례는 전혀 없었다는 사실도 주효했다. 한 과장은 “이번 건에서 단말기와 약정요금을 별도로 판매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으로 지난 2년여 기간 4개 다단계업체가 160만원을 초과해 판매한 사례는 각각 6000~7만6000건에 달한다. IFCI 7만6395건, B&S솔루션 8536건, 엔이엑스티 3만3049건, 아이원 6150건으로 집계됐다. 한 과장은 “수치는 소비자가 도중에 가장 낮은 요금제로 바꾸는 등 변화까지 고려한 것”이라며 “최소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휴대폰+약정요금`을 하나의 상품으로 봐야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심사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진 이유다. 논의 과정에서 판사 역할을 하는 공정위원간 의견이 적지 않게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모호한 방문판매법 조항도 판단을 어렵게 했다. 방문판매법은 `상대방에게 판매하는 개별 재화 등의 가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160만원)을 초과하도록 정해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개별 재화 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휴대폰 다단계판매 `상당부분` 제한될 것”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휴대폰 다단계판매 방식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160만원을 넘지 않는 중저가 단말기·요금제는 얼마든지 다단계판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과장은 “휴대폰 다단계판매가 상당부분 제한받겠지만 판매를 지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저가 단말기·요금제 휴대폰을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는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정확한 비율은 산정하기 어렵지만 이번 건에서 이뤄진 다단계판매 대부분이 160만원 기준을 초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정위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했던 부분은 실제 시장에 미칠 영향이었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휴대폰과 약정요금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면 사실상 다단계판매 방식을 금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했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구조적으로도 저가 단말기·요금제 휴대폰은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고가 제품을 팔아야 다단계판매업자와 판매원이 많은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원은 상당한 수준의 자기부담 비용을 감수하면서 저가 단말기·요금제 휴대폰을 판매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원이 되려는 자에게 연간 5만원을 초과한 부담을 지게 한 행위`를 금지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로 다단계판매업자는 판매원에게 약 200만원 구매 부담을 지운 사실이 드러났다. 판매원 1인당 평균 부담 비용은 IFCI 198만5000원, B&S솔루션 183만9000원, 엔이엑스티 202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