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여러 뜻을 가진 낱글자가 많다. `날`도 그 중 하나다. `살아있는`의 뜻도 있지만, 벼린 한 단면을 일컫기도 한다. 말뜻으로는 어느 특정한 하루를 이르기도 한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우리나라 정·관계 최고위층 움직임과 우리가 `날`선 시각으로 `날`마다 봐야할 사안들을 매주 월요일 짚어본다.
숲을 보려면 숲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밖에서 봐야 더 잘 보인다. 우리나라 상황도 안 보다 밖에서 보는 눈이 때론 더 정확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미국·멕시코·이란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미국은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였고, 나머지 두 나라는 세일즈 외교가 주목적이었다. 멕시코와 이란 경제사절단은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첫 국빈 방문한 이란에선 52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일감`을 따왔다.
교역 확대엔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이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불과 반세기만에 개인 소득 3만달러를 돌파하며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전쟁까지 겪고도 일으켜세운 우리 성공스토리는 이란, 멕시코 같은 개발도상국엔 `희망`이다. 이 같은 기적적 성장 배후엔 단연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이 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박 대통령과 면담에서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앞선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란은 한국으로부터 이를 진심으로 배우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나라에 사실상 `한수 가르침`을 청했다.
우리 안에선 좀 다른 것 같다. 내심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진정한 과학기술강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 흐름에 뒷북치다가 또다시 예전과 같은 저개발국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느낀다.
이번 주 과학기술전략회의가 대통령 주재로 처음 열린다. 국가 연구개발(R&D) 효율성 제고와 출연연 개혁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른바 국가R&D `구조개혁`이다. 매년 수조원을 쏟아붓고도 기술 흐름을 선도하지 못하고, 부처 협업도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전략으론 한계에 이르렀다. 이젠 달라진 위상에 맞춰 새로운 국가 R&D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 정부 개입·주도 R&D 전략을 되풀이해 스스로 불편한 족쇄를 차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민관 역할을 명확히 구분지어야 한다. 과감한 역할 구분과 함께 혁신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인과 정책 담당자의 소통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만 또 다른 `옥상옥` 개혁이 되지 않는다.
제2·3의 한국을 꿈꾸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이번 첫 과학기술전략회의는 변화와 혁신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돼야 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