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출연연 인력구조 퇴로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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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30대 연구원보다 50대 연구원이 많은 연구소다. 팀장 2명에 팀원 1명 꼴이니….”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맥을 제대로 짚었다. 출연연에서 심각한 것은 책임급 연구원이 선임급의 2배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2배까지는 안되더라도 대다수 출연연이 선임급보다 책임급이 더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다.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하다.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에 지난 4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출연연에서 계약직으로 계속 근무하고 계시는 분 많으시겠죠? 2년 이상 일하고 있지만 5년 정도 되면 나가라는 것 같고, 전환 이야기는 절대 없고, 이직 준비 1년 넘게 하는데 나이도 있고… 쉽지 않네요”라는 하소연이었다.

출연연의 한 기관장은 “비정규직을 5년 이상 붙들고 있지 않는다.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으면 아예 다른 직업을 구하지 못하게 될까 봐 5년 정도 되면 내보내는 게 문화가 돼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출연연 비정규직은 20대가 1239명, 30대가 1951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8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5000여명의 이공계 박사 학위 취득자가 배출된다. 그 가운데 절반이 정규직에 취업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이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출연연에는 석·박사급이 신규 채용돼 평균 입사 연령이 30대 중반으로 사기업보다 입사 나이가 높다. 평균 연령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50~60대가 되면 연구개발(R&D)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주요 보직이나 관리자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우리나라가 한참 과학기술 기반을 닦을 때 출연연에 들어가 젊음을 바치며 기여한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고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나가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퇴로를 열어 줘야 한다. 은퇴한 과학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은퇴 프로그램 설계에 정부와 출연연이 적극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