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EUV 장비 양산 라인 도입하는 삼성 시스템LSI… `완벽한 7나노`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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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장비

삼성전자가 내년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양산 라인에 도입하면 반도체 공정 장비 분야 구매 흐름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노광(露光, exposure)은 증착, 식각, 세정 등 무수히 많은 반도체 생산 공정 가운데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공정 흐름은 이렇다. △금속 설계 패턴이 새겨진 마스크(mask) 원판 위로 △빛을 쪼이면 △마스크를 투과한 빛은 △감광액(photoresist)이 도포된 웨이퍼에 닿아 △회로 패턴으로 새겨진다.

현재 대다수 첨단 반도체 공장에 도입된 노광기는 이머전 장비다. 이머전 장비는 빛 파장이 193㎚인 불화아르곤(ArF) 엑시머 레이저와 액침(液浸, immersion) 기술을 활용, 해상력을 높인 기술 구조다. 그러나 이 장비가 물리적으로 그릴 수 있는 최소 미세 패턴은 38나노에 그친다. 더 미세한 패턴을 그리려 한다면 빛 회절(回折, diffraction)과 이로 인한 산란(散亂, scattering)으로 간섭이 일어나 원래 패턴과는 다른 왜곡된 상이 웨이퍼에 맺힌다. 때문에 반도체 업체는 30나노 미만 반도체를 생산할 때 회로 패턴을 두 번 혹은 세 번에 나눠 그리는 멀티 패터닝 기법을 활용했다. 노광 장비 대신 증착·식각 장비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공정 시간과 비용 증가를 야기한다. 7나노대에서는 멀티 패터닝으로도 완벽한 패턴을 만들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EUV는 자외선(UV)과 X선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다. 파장이 13.5㎚로 짧아 10나노 미만 회로 패턴을 한 번에 그려 넣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양산 라인에 도입되지 못한 이유는 EUV 장비의 웨이퍼 처리 속도가 이머전 장비 대비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EUV는 자연계의 모든 물질에 흡수되는 성질을 가졌다. 심지어 공기에도 흡수된다. 기존 이머전 노광 장비처럼 렌즈를 투과하는 구조로는 기술 구현이 안 됐다.

ASML은 다층 박막 특수 거울로 EUV 빛을 반사시켜 웨이퍼에 닿게 하는 구조를 고안해냈다. 그러나 반사 과정에서도 빛이 흡수되기에 광원이 웨이퍼 표면에 닿을 때는 이미 많은 양의 손실이 발생한다. 웨이퍼 처리량이 늦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 ASML은 기기 출력을 더 높여 하루 1500장 웨이퍼 처리량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삼성전자가 도입할 NXE3400 장비는 이보다 더 많은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존 이머전 장비 처리량(하루 5000~6000장)과 비교하면 아직도 처리 속도가 늦어 삼성전자는 일부 중요한 패턴을 그릴 때만 EUV 노광 장비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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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네덜란드 본사 전경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이머전 장비로 7나노 칩을 생산하려면 총 33개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지만 EUV 장비는 단 9개만 쓰면 된다”며 “삼성전자는 노광 기술 병행 사용을 통한 원가구조 절감은 물론이고 고객사에 완벽한 7나노 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은 과거 ASML에 EUV 장비 세 대를 선주문 넣었고 대금도 일부 납입했다”며 “이 중 테스트 장비 한 대는 이미 연구개발(R&D) 라인에 설치돼 있고 나머지 두 대에 대한 것(실 발주, 조립)이 이번에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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