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소기업을 위한 `사이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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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기자

`욱씨남정기`라는 드라마를 흥미롭게 봤다. 국내 화장품 대기업에서 `최연소 팀장`을 단 유능한 여성 주인공과 소심한 성격의 남성 주인공이 화장품 중소기업에서 의기투합, 사업을 벌이는 과정을 다뤘다.

이때부터 시청자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이른바 `고구마` 전개가 펼쳐진다. 중소기업 제품을 생산해 주기로 한 거래처는 대기업의 압력에 위약금을 불사하며 계약을 파기한다. 천신만고 끝에 제품을 만들지만 홈쇼핑 진출은 `하늘의 별따기`다. 홈쇼핑MD가 출근하는 주차장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던 기업 담당자는 몸을 던져 `눈도장`을 찍으려 애쓴다. 홈쇼핑 방송으로 매출이 올라가지만 기쁨도 잠시.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가로채 유사 제품으로 스타 모델을 기용, 광고에 나선다.

과장된 모습일까. 희화된 장면은 있어도 없는 사실은 아니라는 것을 중소기업은 알고 있다. 실제 기자가 만난 한 화장품 중소기업 사장은 홈쇼핑 담당MD와 약속하고 회사로 찾아갔지만 한나절을 기다리고도 만나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담당MD는 사과도 없이 바쁜 일이 있어 잊었다고 전했다. 허탈하지만 다시 만남을 청하는 쪽은 아쉬운 중소기업이다. 좋은 제품 만들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제품 판로를 찾는 일이다.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드라마는 판타지일 뿐이다. 답답한 중소기업을 뻥 뚫리게 해 줄 `사이다` 같은 성공 사례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나와야 한다.

정부가 내수기업 수출 기업화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그래서 반갑다. 현황 조사 때마다 중소기업 애로 사항에서 `내수부진` `업체 과당경쟁`이 가장 크게 꼽히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기자에게 애로 사항을 전달한 화장품 중소기업 사장은 다음 달 중국시장 진출을 앞뒀다. 국내 유명 캐릭터 회사와 협업, 중국 유명 TV 예능프로그램 간접광고(PPL)도 준비돼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판매도 준비한다. 중국에서 TV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한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그쪽이 훨씬 더 재미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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