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업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IT산업 거물 카카오가 NHN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K-이노베이션을 통해 특허침해 관련 선전포고를 받은 것이다.
이를 다루는 언론의 기사 제목은 자극적이었고 이슈는 금세 뜨거워졌다. `카카오가 첫 제물이 됐다`, `특허 칼 품은 NHN엔터가 준비를 끝냈다` 등의 제목과 내용은 마치 카카오가 NHN엔터테인먼트의 특허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NHN 엔터테인먼트는 페이스북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설명을 통해 특허소송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상대의 특허침해는 더욱 확실해 보였다.
한 가지 재미난 것은 이러한 언론 보도에 해당 기업 주가가 즉시 반응했다는 것이다. 최초 기사가 나간 지난달 25일 이후 4월 27일까지 NHN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0%가량 올랐다. 그러나 특허침해주장에 대한 결론은 상호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궁극적으로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것이어서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특허침해를 다루는 언론 기사는 사실과 의견을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먼저, NHN엔터테인먼트가 이번 특허전쟁에서 빼든 주요 무기는 `친구API`라는 기술이다. 이와 관련해 NHN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대표 특허로는 10-1437355호(이하 355특허)와 10-1476976호(이하 976특허)를 들 수 있다. 이들 특허를 살펴보면, 친구API 기술이란 다른 사용자 단말에 게임이 설치됐는지 여부를 판단해 해당 단말에 게임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 초대 메시지를 전송하고, 게임이 설치돼 있는 경우 다른 사용자를 게임 친구로 등록해 본 사용자 단말에 게임을 설치한 이와 설치하지 않은 이를 표시해주고(355특허), 이들 간 게임 순위를 제공(976특허)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NHN엔터테인먼트의 친구API 기술과 카카오게임에서 친구를 초대하고 순위를 정하는 방법이 유사해 보이지만, 침해여부는 청구항 해석을 통해 법원에서 결정되는 것인바, 355특허에서 친구를 초대할 때 설치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점이나, 976특허에서 순위를 산출하는 시점 등의 침해 여부는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있다. 355특허와 976특허가 적법한 공격무기로 인정되려면 유효한 특허여야 한다. 유효추정의 원칙상 특허는 무효심결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유효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친구끼리 게임을 즐기는 기술은 이미 예전부터 활용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게임이나 애플의 iOS 게임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2004년에 출원된 MSN 게임 특허는 그림 1처럼 친구(Buddy) 중에서 게임을 이미 접한 친구와 아직 접하지 않은 친구를 구분해 게임을 한번이라도 접해본 친구와는 순위를 정하고 친구를 초대할 수 있다. 이는 2013년에 출원된 355특허나 976특허보다 대략 10년이나 빨리 출원된 것이다.
또 2010년 6월 애플은 그림2처럼 iOS4의 게임센터를 통해 친구 목록에 포함된 친구가 공통으로 설치한 게임 및 게임별 친구 간 순위를 표시하는 기능(Leaderboard)과 게임 초대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낼 수 있는 기능을 공개했다. 이 역시 친구API에서 제공하는 기능과 유사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특허전쟁이 시작되는 경우 355특허가 유효한 공격무기인지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특허가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기업 간 특허분쟁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몇 년 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에서 확인할 수 있듯 특허침해문제는 기업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허분쟁에 대한 언론보도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특히 특허분쟁은 일방의 침해주장이 확정적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계쟁특허의 무효심판과 침해소송을 법원에서 모두 승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어느 일방의 주장을 기사화할 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아가 최근 대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분쟁을 통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특허침해 주장 보도는 언론의 신중하고 균형 잡힌 태도가 요구된다.
NHN엔터테인먼트가 특허침해소송에서 응당 제기되는 무효심판 및 소송과 특허침해소송 본안에서 최종 승리해 `추측`을 `사실`로 바꿀 것인지 시간을 두고 볼 일이다. 자칫 무고한 카카오에 `당신 특허침해야!`라고 주장함으로써 불측의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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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인벤투스 대표변리사 steveseil.oh@inventusi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