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성능과 수명을 높이기 위한 국내 재료 연구개발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행 첨단기술 연구개발 생태계가 부족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데다 세계적인 재료 기업과 격차가 커지고 있어 한국 OLED 산업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이 22일 서울 벨레상스호텔에서 개최한 OLED 프론티어 포럼에서 국내 OLED 재료 산업의 문제점이 다수 제기됐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상황에서 취약한 재료 산업 경쟁력이 향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OLED 재료는 수천개 부품이 결합해 최종 성능을 내는 LCD와 달리 재료가 전체 패널 성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재료 성능이 OLED 패널의 색감, 수명, 소비전력, TFT 설계, 드라이버IC 설계 등의 특성을 좌우할 정도로 재료간 상호작용이 복잡하고 중요도가 높다.
세계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세계 OLED 시장을 주도하지만 OLED 재료 시장 분야 국내 기업은 많지 않다. 두산, 덕산네오룩스,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UDC, 듀폰, 머크, 이데미츠코산 등 세계적 소재 기업과 비교하면 규모와 기술력 모두 뒤쳐진다.
양중환 LG디스플레이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이 OLED 재료 지적재산권(IP)을 선점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천기술을 선점하지 못하면 전체 OLED 패널 가격을 낮추기 힘든 구조가 될 수밖에 없어 경쟁력이 떨어진다. 패널 제조사가 전문 재료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물론 직접 OLED 재료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도 재료 기술 경쟁력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양 연구위원은 “OLED 재료 IP에 지급하는 특허료가 상당해 패널 제조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최근 국내 재료기업 상황을 보면 과거 10년 전보다 활동 범위가 적어지는 등 상황이 상당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양 연구위원은 약 10여년전 POLED 시장에서 청색(B)과 녹색(G) 재료 시장에 국내 기업 참여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외산 기업이 장악하다시피 했다고 분석했다. 기술보다는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분야 위주로 국내 기업 참여가 집중돼 있어 수익성이 떨어지는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인광 블루 소재의 성능 개선은 OLED 업계가 해결해야 할 큰 숙제이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지연형광(TADF), QLED, Pe-LED 등 신기술 연구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국내 재료기업에서 선행연구를 할 수 있는 생태계가 전무해 앞으로 학교와 기업에서 선행기술 연구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OLED 재료 원천특허를 중소기업이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범성 덕산네오룩스 연구소장은 “OLED 재료 시장은 세계적으로 30여개 기업이 6000여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이들 특허를 피해 독자적 기술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며 “매년 지불하는 특허료가 연간 영업이익의 10~20% 수준에 달하는 등 부담이 큰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원천특허를 확보하려면 정부의 특허기술개발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주도형 특허기술 개발 과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확대하는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