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조원 국가정보화사업, 불필요·저활용 가려서 예산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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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활용 실적이 낮거나 운용할 필요가 없는 정보화사업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거나 삭감한다. 연간 총 5조원 규모의 국가정보화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예산 낭비라는 판단에서다. 세금 누수를 막는다는 생각이지만 각 부처 담당자와 업계는 정보화사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5년 이상 운용하고 있는 정보화시스템을 대상으로 운용 성과를 평가, 오는 8월까지 행정자치부에 제출해야 한다. 부처, 지방자치단체가 제출한 자료를 행자부가 다시 평가하고 기획재정부가 이 결과를 참고해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

각 부처와 지자체는 행자부 지침에 근거해 해당 정보화시스템 유지, 재구축, 폐기 여부를 가린다. 해당 부처나 행자부가 `폐기`를 결정하면 내년부터 예산을 받지 못한다. 각 부처가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행자부가 `유지` 대상으로 평가하면 계획보다 예산이 깎일 수 있다.

정부는 정보화사업을 더욱 깐깐하게 평가, 예산 누수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한시 목적으로 구축한 정보화시스템이 기한을 넘겨 운용되거나 활용 실적이 저조함에도 매년 유지, 재구축에 고정 예산이 투입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정부는 이전에도 매년 예산 편성 때 정보화사업을 평가했다. 하지만 연간 8000개나 추진되는 정보화사업을 모두 파악할 수 없어 체계 관리가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행자부 평가 결과가 전달되면 이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면서 “기재부는 재정 성과 측면, 행자부는 정보화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되는지 여부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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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조치로 적지 않은 정보화사업 예산이 깎이거나 없어질 전망이다.

올해 기준 국가정보화사업 예산 5조3804억원에서 국가기관에 배정된 것은 4조3344억원이다. 이 가운데 4조2060억원(97%)이 계속사업에 투입되고 신규사업은 1283억원(3%)에 불과하다.

사업 유형별로 운영·유지보수(1조8878억원, 43.6%), 구축(1조3222억원, 30.5%)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부처 담당자는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정보화 시장 위축을 우려했다. 정부와 지자체 사업 발주 규모가 줄어들면 민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전에도 정부 재정의 여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정보화사업 예산부터 축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가정보화사업 예산은 2014년 4조9186억원, 2015년 5조2094억원, 올해 5조3804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국가정보화사업 예산에서 국가기관에 투입되는 예산은 매년 증가했지만 올해 지자체 예산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5.1%(564억원) 줄었다.

한 부처 정보화사업 담당자는 “정보화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워 일반예산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다시 정보화 부문에 투입하는 일도 있다”면서 “매년 나오는 새로운 기술, 서비스를 제대로 적용하려면 정보화사업 예산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화사업 예산 추이(자료: 미래창조과학부)>

국가정보화사업 예산 추이(자료: 미래창조과학부)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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