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엔비디아와 독점 경쟁력

Photo Image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엔비디아는 그래픽 칩이 주력인 회사다. 이른바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단어를 만든 회사가 바로 엔비디아다. 1963년생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한 뒤 LSI로직과 AMD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업무를 했으며 1993년 엔비디아를 공동 창립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50억달러 매출을 올린 세계 5위권 팹리스 업체지만 회사 설립 초기에는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위기가 많았다. 첫 그래픽칩인 NV1과 NV2는 성능은 뛰어났지만 개발 환경이 표준과는 동떨어져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독자 개발 환경을 고집했던 건 황 CEO의 고집 때문이었다.

그는 회사가 도산 위험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제품인 NV3에서 다이렉트X와 오픈GL 등 업계 표준을 따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90년대 후반 NV3 칩을 탑재하고 나온 그래픽카드 `리바TNT`는 PC 시장에서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 경쟁사를 하나 둘 꺾으면서 엔비디아는 지금 세계 컴퓨터용 그래픽 칩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독점 경쟁력` 꿈을 놓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GPU를 활용한 병렬 연산 컴퓨팅 프로그래밍 언어인 쿠다(CUDA)를 밀고 있다. 오픈CL이라는 `업계 표준 언어`도 지원한다. 그러나 쿠다를 사용하는 것이 더 쉽고 빠르게 GPU 병렬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고 엔비디아는 강조한다.

개발자도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이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GTC 2016`에서는 엔비디아 GPU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5000명이 넘는 이들이 몰렸다. 가상현실(VR),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AI) 모두를 GPU와 쿠다로 구현할 수 있음을 엔비디아는 강조했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창립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적도 오름세다. 독점 지위에 오르지 못한 채 마이웨이하면 망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위에 올랐을 때는 마이웨이가 오히려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황 CEO의 장기 비전 전략과 엔비디아의 성공이 국내 팹리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