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현대차 커넥티드카 전략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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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커넥티드카 개발 청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 개발 콘셉트를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로 정하고 자동차가 생활의 중심이 되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정보기술(IT)을 차량 콘셉트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가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개별 진행돼 온 프로젝트들이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라는 하나의 콘셉트 아래 더욱 체계를 갖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완성차 업체에 비해 IT 전략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현대차가 적극 나서면서 국내 관련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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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카의 개념도. 출처 : 자동차부품연구원

◇커넥티드카 청사진, 어떤 내용 담았나

최근 KPMG가 38개국 자동차산업 분야 경영진 800명과 소비자 2123명을 대상으로 자동차 업체 성장 가능성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위에서 올해 4위로 떨어졌다. 이는 자동차 업계 핵심 트렌드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응답자 50% 이상이 2025년 자동차 산업에 가장 영향을 미칠 핵심 트렌드로 `연결성(Connectivity) 및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꼽았다. 이는 현대차에 취약한 부분이다. IT를 주요 기능이 아닌 부가 기능으로 보아 온 탓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초에 발표한 R&D 투자 계획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친환경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에 11조3000억원, 스마트카 부문에는 친환경 관련 투자금액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조원을 각각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전자연구동 증축과 부품계열사 내 디스플레이 공장 및 전자제어연구센터 신축 금액도 포함됐다.

업계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투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10억달러(약 1조 2000억원)가 넘는 금액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 또한 인공지능(AI) 회사 설립에만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들 기업의 스마트카 관련 전체 투자금액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이번 전략 발표에 따라 IT 개발 위상도 대폭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투자 예산이 전략 실현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만큼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의 증액도 점쳐진다.

현대·기아차는 미래 콘셉트인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차량을 융합시키는 차원을 넘어 자동차 자체가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자율주행 실현은 물론 자동차로 생활과 업무 전반이 이뤄지는 `카 투 라이프` 시대로의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의 커넥티드카 기반의 중장기 4대 중점 분야는 △지능형 원격 지원 서비스 △완벽한 자율주행 △스마트 트래픽(Smart Traffic) △모빌리티 허브(Mobility Hub)다. 이를 위한 중단기 중점 서비스 구현 분야도 밝혔다. 스마트폰·스마트홈 연계 서비스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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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커넥티드카 전략 공개

◇어떤 기술 개발하나

네 가지 중점 분야 구현에 통신과 보안은 기본이다. 이동통신망과 와이파이망을 이용해 각종 스마트기기와 도로를 연결하고, 클라우드 개념 서비스도 도입한다. 이들 중점 분야 모두 통신과 보안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 번째 중점 분야인 지능형 원격 지원 서비스는 차량을 원격 접속,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기능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망으로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가 필요하다. 문제를 원격으로 진단하는 것은 물론 차량 전반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시로 원격 업데이트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2020년께 이 같은 기능이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완벽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면 통신·보안·인식·판단 기술과 함께 정밀 지도 기술도 필요하다. 현대·기아차는 계열사 현대엠엔소프트를 활용, 정밀 지도를 개발할 계획이다. 벤츠, BMW, 아우디 3사는 올해 초 정밀 지도업체 `히어`를 공동으로 인수했다.

인식 기술을 향상시키려 센서와 카메라 부품도 대폭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는 현 단계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부착된 센서만으로 주변 환경을 감지해 달리는 수준에서 나아가 주변 차량의 목적지, 운행 방향, 도로 상황 등 정보를 복합 반영함으로써 완벽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내 통신 기술과 소프트웨어(SW) 아키텍처에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센서가 많아지면서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케이블을 줄이고 이를 전체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스마트 트래픽 구현에서는 차량 위치, 교통 상황, 다른 차량 목적지 등을 분석해 개별 차량에 최적화된 이동 구간을 안내한다. 도로 등 인프라와 통신은 물론 여러 상황에서 최적화된 구간을 계산하기 위한 혁신 알고리즘도 요구된다.

`모빌리티 허브`는 자동차가 모든 사물과 지능화된 정보의 연결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하며, 자동차가 스마트폰을 넘어 고성능 컴퓨터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일종의 컨트롤러 역할로 진화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9년 인포테인먼트 규격을 정하겠다는 계획 아래 협력사를 선정하고 있다. 준중형 차량에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가전을 제어할 수 있도록 통신 칩도 장착할 예정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도 넣는다. 현대차는 핵심 칩 선정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분야별 반도체 최강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계획이다.

◇수직계열화 탈피할까

커넥티드카가 `연결`을 의미하는 것처럼 이 전략 성공의 관건은 `협력`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기술을 채택할 때에도 계열사나 부품공급사를 이용하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유지했다. 품질 인증이 까다로운 자동차 산업 특성까지 더해진 탓에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커넥티드카를 계기로 협력 범위를 전 방위로 늘리고 있는 만큼 현대차 전략에도 대폭 수정이 예상된다. 프랑스 PSA는 IBM과 손을 잡았으며, BMW는 SAP와 협력하고 있다. 일본은 6개 자동차 회사가 반도체 등 전자부품 업체와 협력,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R&D 역량 집중, 우수 인재 확보, 과감한 투자 집행과 더불어 글로벌 전문 기업과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