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갑` 중국산 드론 `농기계`로 정부 융자까지 받아 논란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을 노리는 중국산 농약 살포용 드론이 앞다퉈 농기계로 등록되고 있다. 정부 융자지원 혜택을 노린 포석이다. 국산보다 70% 저렴한 중국산이 융자 지원까지 받으면 국산 드론은 사실상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중국산 드론 총공세에 정부 지원금이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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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아그라스 MG-1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방제용 드론이 `정부융자 지원 대상 농기계`로 등록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방제용 드론을 농기계로 등록하면 판매 가격 80% 한도 내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드론을 구입하고자 하는 농민은 목돈 부담을 던다. 중국산 드론은 가격이 국산 3분의 1 수준이다. 이 돈마저 정부 융자로 지원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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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아그라스 MG-1

DJI 방제용 드론인 `아그라스 MG-1`은 이미 지난해에 등록을 마쳤다. 아직 제품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국내 수입사가 출시 준비 차원에서 등록했다. 이달 출시를 앞두고 가격과 형식명을 변경해 다시 등록 신청했다. 이미 한 차례 등록된 바 있어 이번에도 큰 문제가 없으면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사 오토월드는 이 제품의 패키지 가격을 2000만원대로 책정했다. 정부 융자를 받으면 불과 수백만원으로 아그라스 MG-1을 구입할 수 있다. 높은 가성비와 첨단 기능으로 무장, 상당한 파급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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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라이온 방제드론

DJI 외에 줌라이온(Zoomlion) 방제용 드론도 조만간 융자 지원 모델에 포함될 전망이다. 수입사 지엘코리아가 지난달 농기계 등록 신청을 냈다. 줌라이온은 중국 농기계, 중장비 회사다. 최근 방제용 드론 시장에 진출,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지엘코리아는 2개 기종을 등록 신청했다. `Z-Lion-10` `Z-Lion-18`은 각각 10ℓ, 18ℓ 농약을 싣고 비행하는 방제용 드론이다. 등록 신청 서류 상 가격은 각각 2500만원, 4500만원이다. DJI 제품과 마찬가지로 초저가다. 탑재 용량 18ℓ는 국산 방제용 드론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들 제품이 실제로 정부 융자를 받게 되면 방제용 드론 보급이 급류를 탄다. 국산 방제용 드론은 6000만~7000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비쌌다. 외산 제품이 싼 가격에 정부 융자까지 등에 업고 국내 시장을 장악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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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아그라스 MG-1

정부 융자 지원 대상 기종 심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다. 지난해부터 농약 살포용 드론을 `무인항공방제기`로 분류, 융자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현재 4월 기준으로 신규 등록되는 모델을 심사 중이다. 국산과 외산 차별 없이 심사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중량 12㎏ 이상으로 항공법상 안전성 인증을 받았고 농업용으로 인정되면 세부 심사를 거쳐 융자 지원 모델에 포함할 수 있다”면서 “현재 국산과 외산 제품을 차별화해 심사할 수는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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