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의 전국망 서비스가 시작되면 설비에 들어갈 칩과 모듈 경쟁도 시작됐다. 통신칩 제조사뿐만 아니라 모듈 제조업체 사이에 소물인터넷(IoST) 통신 속도 경쟁과 가격 경쟁이 한창이다. 산업용 IoT 시장에 맞게 더 느린 통신칩을 더 오래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SK텔레콤 IoT 전국망 토대인 로라 통신 모뎀 칩은 셈텍에서 만든다. 마이크로칩을 포함한 다양한 제조사 단말 모듈을 활용한다. 기지국은 보통 켈링크, 시스코 제품이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콘텔라, 삼성전자, SK텔레시스가 만든 기지국 장비를 선보였다. 전국망 구축 사업이 시작되면 다양한 국내 통신 관련 제조사가 참여한다.
IoT 전국망 사업도 일종의 설비 투자다. 그만큼 통신사를 중심으로 한 장비회사, 부품제조사, 소프트웨어(SW) 개발사까지 다양한 협력회사가 사업을 함께한다. 국적을 떠난 합종연횡식 파트너십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KT는 전국망 상용화를 위해 텔릿, 테크플렉스, AM텔레콤과 함께 모듈을 공동 개발했다.
전국망 IoT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LG유플러스도 기반을 닦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7일 LG이노텍과 저전력 롱텀에벌루션(LTE) 통신 모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IoST 전용으로 기존의 통신모듈보다 30%까지 가격을 내렸다. 크기도 절반으로 줄여서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쉽게 쓸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LTE 카테고리 1 통신 모듈을 선보이면서 협대역(NB)-LTE로 전국 IoT를 서비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전국망 IoT 서비스가 IoST 중심인 만큼 느린 속도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적용이 가능한 LTE-M도 10Mbps 아래로 속도를 낮췄다. 그러나 IoT 전국망에서 실제 활용되는 속도는 수십~수백Kbps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IoT 통신칩 업계에서는 더 느리게 통신하는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는 오랫동안 장비를 교체하지 않고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으로 설치하는 설비인 만큼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통신이 느릴수록 전력을 적게 사용, 통신망을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고 운용할 수 있다.
칩 가격도 중요하다. 로라와 시그폭스 등 사실상 표준화된 기술은 칩 가격이 약 5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LTE 기반의 IoT 통신 기술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적정 가격선이 필요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