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윤곽이 드러났다.
폴더블 스마트폰 특징은 화면이 접힌다는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폴더블 개발의 핵심은 신뢰성 확보에 있다. 화면을 수없이 접었다 펴도 고장 나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춰야 상품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더폰`보다 강한 `폴더블 스마트폰`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스마트폰 내구성 기준을 개폐 20만회로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만번을 접었다 펴도 문제가 없는 스마트폰 개발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폴더폰 품질 기준이 5만회로 알고 있다”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은 20만회가 목표”라고 전했다.
폴더폰에는 금속힌지(경첩과 같은 부품)가 사용된다. 하지만 폴더블폰에는 힌지가 없다. 디스플레이 전체가 접혀야 한다. 폴더폰보다 더 어렵고 까다로운 조건이 걸린 셈이다. 그만큼 삼성은 내구성 강한 폴더블폰 개발을 기획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정도도 높은 기술 수준을 목표로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곡률 3R까지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곡률은 접히는 부분의 휘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다.
3R는 반지름이 3㎜인 원이 굽은 정도만큼 디스플레이가 접힌다는 뜻이다. 이 곡률 수치가 작을수록 휜 정도가 높아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곡률 3R까지 기술 구현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1R 제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R는 디스플레이를 종이처럼 접는 수준이다. 기술상의 난도가 높아 채택 및 상용화 여부는 미지수다. 3R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폴더블, 대체 소재 모두 찾았나
지금까지 디스플레이는 평평하고 딱딱했다. 기존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절반으로 접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근본 소재부터 달라져야 하는데 유연하면서도 내구성 강한 소재와 부품이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소재와 부품 발굴에서 상당한 진척을 이룬 분위기가 감지된다.
강화유리 대체재로 필름이 우선 고려된다. 강화유리는 디스플레이 최상단에 부착돼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는 역할의 부품이다. 미국 코닝 `고릴라 글라스`가 대표적 강화유리다.
그런데 유리는 접을 수 없다. 깨지기 쉬운 성질을 지닌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접을 수 있는 폴리이미드(PI)필름이 검토되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PI필름은 열에 강하고 내구성이 높다. 이 필름에 특수코팅으로 강도를 끌어 올려 강화유리를 대체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20만회를 기준으로 강화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필름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PI필름은 전기, 전자 분야에 널리 쓰이지만 강화유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특수 PI가 필요하다. 디스플레이 색상 표현을 방해하지 않는 투명PI가 그것이다. 일반 PI필름은 누런빛을 띠기 때문에 강화유리 대체 소재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 투명PI를 강화유리만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코팅 소재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 벤처기업과 대기업 계열 합작사 기술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 하드 코팅 소재다.
이 밖에 터치센서는 메탈메시를 사용하고, 기판 역할은 PI필름이 대신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해상도와 휘도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단계에서의 이슈는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왜 폴더블인가
세계 휴대폰 시장은 그동안 폭풍 성장했다. 개인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휴대폰은 폭발적으로 판매됐고, 다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이런 추세가 꺾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SA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올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지 3년 만인 2010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71.2%에 이른 것과 크게 대조된다. 2012년 40%대, 2014년 20%대로 지속 하락했다.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한 애플은 지난해 4분기에 아이폰 7480만대를 판매했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2007년 아이폰 첫 제품 발매 이후 최저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IM사업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조2300억원으로, 2011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체된 시장을 뒤흔들 `충격파`가 필요한 상황인 가운데 상향평준화된 기술 발전 제품의 차별화도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다.
스마트폰 부품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이 안 되면 스마트폰 사업은 이제 끝이란 우려가 많다”며 `마지막 보루`임을 강조했다.
디스플레이업계 입장에서도 전방 수요처인 스마트폰 판매 감소는 디스플레이 사업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5인치와 7인치 폴더블 폰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7인치 쪽으로 무게 추를 옮겼다.
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모두를 염두에 둔 의도로 풀이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7인치는 휴대형 태블릿 가운데 가장 보편화된 크기다. 아이패드 미니, 구글 넥서스 등이 모두 7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태블릿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