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최종학력을 아시는 분은 잘 없을 텐데 고등학교 2학년 자퇴입니다. 진짜 흙수저죠. 흔히 생각하는 문제아는 아니었어요. 흥미 있는 분야는 책으로 다 해결했어요. 근데 고등학교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죠. 오히려 담임선생님이 저를 끌고 부모님을 설득하셨죠. `얘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서 자퇴를 했습니다.”
방준혁 의장이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29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600명 청중 앞에 섰다. 넷마블게임즈 전 임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방 의장은 자신의 경영 철학을 풀어 놓았다.
요약하자면 `도전` `혁신` `전략` `실행` `스피드` `조직력`이다. 관심이 있는 분야를 직업으로 선택하고 투신했으면 목표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목표를 위한 협업을 해야 합니다. 경영진은 경험에 의한 판단이 아닌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합니다. 작년에 팔던 옷을 또 팔 순 없죠.”
2020년까지 5조원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2년 2121억원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3년 만인 2015년 1조729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방 의장은 “가능해서 세운 목표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꿈을 꾸기 위한 것”라고 말했다.
방 의장은 2013~2014년 모바일게임 사업을 키울 때보다 넷마블게임즈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진짜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다른 회사에 비해 낫긴 하지만 2013년, 2014년 때보다 상대적으로 스피드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관성의 법칙에 의해 주저앉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업과 조직이 커지며 협업 자체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문화에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방 의장은 “퇴사자 면담을 하다 보면 성과, 혹은 성과에 따른 처우에 불만보다 의외로 동료, 상사, 협업부서와 갈등이 많다”며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료인데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협업을 위한 협업, 남을 배려하기 위한 협업을 하다 보니 그 자체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며 “협업은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업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 의장은 “자기가 속한 팀, 부서 관점에서만 보다보면 자존심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며 “자기중심적 사고로 불신이 쌓이면 겉으로만 협업을 하게 되고 이것이 조직 스트레스를 늘리는 동시에 스피드를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경영진과 팀 리더에게는 게임사업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격려했다. 방 의장은 “게임사업이 실패했다고 질책하거나 자른 일은 없다”며 “게임은 흥행산업 특성상 소위 `대박`이 난 몇 개 게임이 나머지를 먹여 살린다”고 말했다.
경험에 기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업을 하기보다는 모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경험에만 의존해 게임을 평가하고 판단하다 보면 오판을 내리기 쉽다”며 “뻔한 결정보다는 새롭고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 의장은 “임직원들 노력으로 1조원 매출을 넘어섰고 상장 준비를 한다”며 “이달 말 전임직원에게 스톡옵션 등을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2020년 5조원 매출을 제시하며 “주주들에게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라고 하면 이 숫자는 내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성 있는 목표가 아니지만 글로벌 게임 메이저 톱5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실적은 달성해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방 의장은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업,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