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라

Photo Image

자동차 표준을 다루는 국제표준화기구(ISO) 도로차량위원회(TC22)는 지난 2014년 여름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차량용 클라우드 표준 제정을 시작했다. 그동안 자동차 자체나 기계, 전기, 전자가 주요 이슈이던 도로차량위원회에서 클라우드를 다루는 것은 그 자체가 파격이었다.

자동차 회사가 차량용 클라우드 표준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제조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 제조업 패러다임을 벗어나서 제조업·서비스업이 융합되는 새로운 모델만이 앞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반영돼 있다. 변해 가는 소비자 요구, 강화되는 소비자 파워, 높아진 소비자 요구, 나만의 것을 갖고 싶은 소비자 감성 등 융합 시장 변화에 맞추기 위한 대표 전략이다.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 경쟁력과 생존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확장된 자동차(Extended Vehicle)로 불리는 차량용 클라우드 표준이 가져오는 변화는 매우 크다. 자동차를 생산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끝이던 기존 모델이 평생 관리 개념으로 확장된다. 자동차 회사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게 된다. 고장을 미리 진단하고 예측해서 사용자 안전을 높일 수 있고, 사용자가 차량을 적절하게 관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스마트카 관리 부담을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업체가 가져간다. 동시에 고장 진단과 예측을 통해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자동차 회사의 철저한 서비스를 통해 차량용 온·오프라인연계(O2O)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커 나갈 수 있다. 고장 진단 및 소모품에 대한 관리 비즈니스가 새로운 모델로 커 나가게 되는 동시에 지속된 관리를 통해 자동차 회사가 보증하는 중고차 가격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차량 정보 분석은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기초 데이터가 된다. 클라우드가 강한 회사가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이 점은 자동차 회사가 클라우드가 강한 구글, 애플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소비자는 앞으로 어떤 자동차를 선택하게 될까. 클라우드가 강한 회사, 평생 관리를 약속해 주는 회사, 고장을 미리 진단해 주는 회사를 선택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동시에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한 회사가 더 많은 소비자 정보와 차량 데이터를 가지게 되고, 이로써 미래 경쟁에서 이길 수밖에 없다. 자동차 회사가 스스로를 제조업으로 정의하지 않고 제조업·서비스업 융합으로 변해 가려고 시도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클라우드가 가져오는 패러다임 변화는 매우 크다. 이와 더불어 확장된 자동차 표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최근 유럽은 자동차 내에 네트워크 탑재 의무화를 시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판되는 차량에는 3G 네트워크가 탑재된다. 2015년의 여러 모터쇼에서는 보쉬, 콘티넨탈 등 부품업체와 T모바일 등 이동통신 업체가 관련 서비스를 전시한 바 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만난 T모바일 관계자는 사용자가 동의하면 모든 데이터가 자동차 회사의 클라우드에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미 도로 상의 일반 자동차에 대한 정보 분석이 유럽의 주요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2015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이 발표한 자율주행자동차 제도 안에서도 차량 관리 이슈는 중요하게 다뤄진다. 차량을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하게 함으로써 차량 고장 진단의 의무를 자동차 회사가 가져가도록 했다.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의 삼성 커넥트 오토, 포드 패스도 차량 진단 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테스트 차량에 대한 정보 분석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및 서비스 상에서 매우 늦은 상황이다. 일반 사용자 차량에 대해서도 차량 네트워크 탑재와 차량용 클라우드 분석 등이 필요하다. 기술 및 정책 상의 변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관련 회사들은 제조업에서 제조업-서비스업이 융합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시급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시장의 중심은 소비자에게 있다. 소비자를 위한 기술과 서비스 강화만이 급변하는 미래 시장에서 기업의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