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게임 질병화 정책, 당장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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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석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해마다 연말이면 한 해를 마감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각종 가요대상, 영화대상, TV 연기대상이 열린다.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전달한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시상한 지 20년이 되어 간다. 대상 훈격이 바로 대통령상이다. 나라가 나서서 게임인을 격려하는 자리다.

한쪽에선 이렇게 국가가 게임을 제작한 이들을 장려하고 산업을 진흥시키는 것 같이 보여도 다른 한쪽에선 `게임중독`이니 하면서 계속해서 규제의 칼날을 가는 모습은 여전하다.

급기야 보건복지부는 국민 건강을 이유로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넣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냈다. 국가 정책상으로 굉장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중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행위나 대상에 상당한 몰입 상태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의학 관점의 의미에서 `중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몰입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의학계는 마약, 알코올, 니코틴 등 인체나 건전한 사회생활에 반드시 유해한 `물질`을 `중독` 대상으로 본다.

게임이 이와 동일한 `중독` 범주에 포함되는 순간 게임은 사회에 유해한 `물질`이 된다. 게임산업은 문화·예술 산업이 아니라 유해물질 제작업이 될 게 뻔하다. 게임 마니아는 콘텐츠 이용자가 아닌 `중독사범`으로 전락한다.

영화나 만화도 성인만을 위한 내용이 있고, 음악이나 공연도 `19금`이 있어서 청소년 유해 매체물이 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문화콘텐츠 전체를 `중독물질`로 보거나 `질병`의 원인으로까지는 보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거나 걸어 다니면서 TV 드라마, 웹툰, 영화를 열심히 보는 이들을 우리는 `웹툰 중독사범` `동영상 중독사범` 등으로 부르지는 않는다. 더욱이 `질병`이라고까지는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유독 컴퓨터 게임만 근거 없이 구별해 `중독` 물질이라거나 `질병`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엄연히 문화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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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 위례성대로 방이초등학교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며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건전한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누구보다 문화 흡수력이 높은 게이머를 얼리 어답터, 진보 이용자로 인정하기는커녕 중독자로 부당하게 매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TV, PC는 물론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에 스며들면서 미디어 콘텐츠는 삶의 일부 또는 신체의 일부로 인정 받는다.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 가운데 컴퓨터 게임은 전 세계에서 진일보한 문화 예술콘텐츠로 대접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세우는 것은 전 세계로부터 문화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얻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독은 그것을 중독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그 시선에 있을지도 모른다.

해외에서는 게임을 중요한 산업,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고 산업 진흥을 지속 꾀하면서 부작용에 대해서는 객관적 연구를 진행한다.

민·관이 협력과 소통 없이 모든 책임을 게임에게 손쉽게 돌리는 국내와는 사뭇 다른 대응 방법이다.

복지부는 컴퓨터 게임 질병화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 다양한 부처, 한국 먹거리 산업에 중추역을 하는 게임 기업, 다양한 문화 콘텐츠 산업 관련 기관·단체와 의견을 적극 교환하는 등 컴퓨터 게임 문화가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산 컴퓨터 게임의 문화 가치는 상당히 높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 환경은 편협한 인식로 말미암아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의 건강한 게임문화를 확립하는 측면에서 컴퓨터 게임 과몰입 문제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더불어 체계화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확한 연구와 분석 없이 컴퓨터 게임을 `중독` 물질로 다룬다면 더 이상 한국에서 건강한 게임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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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회에서 열린 `4대 중독예방관리제도 마련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중독법 반대 플래카드를 펼치자 관계자들이 나서 제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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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 위례성대로 방이초등학교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며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건전한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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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게임규제개혁공동대책위원회는 게임중독법 정책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최준영 공대위 사무국장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경석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chairman@gamecultu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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