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이사(사장)는 28일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제17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2020년 매출 5000억원, 글로벌 팹리스 톱25로 도약하는 `비전 2020` 달성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저전력 보급형 셋톱박스 칩을 양대 사업 축으로 삼고 세계화 전략을 추진해 성장 기반을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칩스는 소비자기기 등에 탑재되는 디지털 미디어 프로세서가 주력 사업이다. 매출액 가운데 90%가 이 사업에서 나온다. 근래 들어 자동차와 셋톱박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NXP(옛 프리스케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인텔, 엔비디아를 누르고 국내 완성차 업체 2세대 AVN 플랫폼용 AP 공급자로 단독 선정됐다. 콘티넨탈, 하만, 클라리온, 파나소닉, 파이오니아 등 글로벌 차량 부품 티어1 업체도 적극 공략해 일부 성과도 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9.1%, 167.7% 증가한 821억원, 45억원을 기록했다. 이 사장은 “지난 7년간 매출 정체를 벗어나 성장 기반 틀을 마련했다”며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칩스는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지사 설립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중국 상하이와 미국에도 지사를 만들 것”이라며 “자동차 AP는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략을 본격화하고 미국에선 주로 셋톱박스 시장을 공략하면서 현재 완성차 업체와도 관계를 맺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완성차에 직접 탑재되는 비포마켓 시장은 매출이 나오기까지 3년가량 시간이 걸리지만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세미 비포마켓(일반 애프터마켓 제품만큼 저렴하면서도 신뢰성 기준은 다소 높은) 시장이 크고 있어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세미 비포마켓 시장은 매출 발생 기간이 약 1년가량으로 짧아 공백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K를 지원하는 저전력, 저가 셋톱박스 칩 사업 전망도 밝다. 이 시장 최강자인 브로드컴은 아바고에 피인수된다는 발표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객사 지원 등에서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ST마이크로는 올해 초 관련 시장서 철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저가 제품을 주로 공급하는 마벨 역시 모바일 사업을 접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셋톱박스 사업을 유지할 것인가가 업계 관심사다. 이처럼 기존 강자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텔레칩스는 선도 제품으로 틈새를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에도 대응한다. 이 사장은 “상반기 중 저전력 오디오 와이파이 게이트웨이 제품과 솔루션 개발이 완료된다”며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