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이 차세대 스마트폰에서 강화유리를 대체할 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강화유리는 액정표시장치(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상단에서 외부 충격으로부터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미국 코닝이 석권한 분야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소재기업간 정면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는 현재 폴더블(접이식) 스마트폰에 들어갈 윈도필름을 개발 중이다.
윈도필름은 스마트폰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소재다. 현재 폴리이미드(PI)필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코오롱은 이 PI필름에 특수 코팅을 더해 접었다 펼 수 있으면서 강화유리에 버금가는 강도를 구현할 계획이다.
코오롱은 이미 요소 기술을 확보하고 파일럿 제품까지 개발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화면이 반으로 접히는 디스플레이다. 패널 자체를 접었다 펼 수 있어 기존과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접었을 때는 스마트폰이 되지만 화면을 펼치면 태블릿이 되는 IT기기를 만들 수 있고, 종이책처럼 좌우가 펼쳐지는 전자책을 구현할 수 있다. 활용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업계뿐 아니라 스마트폰 업계도 시장 정체를 돌파할 무기로 주목 받는다.
폴더블 구현은 매우 어렵다.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유리나 기판 등이 모두 딱딱하기 때문이다. 기존 소재와 부품으로는 디스플레이가 깨지기 쉬워 접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코오롱은 이 점에 착안했다. 투명하면서 충격에 강한 소재로 현재 스마트폰 강화유리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유리만큼 투명하고 단단한 소재가 필요한데, 코오롱이 바로 투명 PI필름을 만들 수 있어 개발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PI필름은 열에 강하고 강도가 높다. 하지만 PI필름은 일반적으로 누런빛을 띤다. 디스플레이 색상 표현에 방해가 된다.
코오롱은 PI필름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로 가능성을 열었다. 세계에서 기술력도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돼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최근 현장경영 일환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을 찾아 윈도필름 개발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윈도필름의 구체적인 양산과 접목 대상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다. 양사의 협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코오롱 측은 그러나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코오롱이 최종 개발에 성공하고 양산까지 나서면 업계 상당한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강화유리 시장 축소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강화유리는 지난 2007년 첫 등장한 이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보호 소재로 시장을 석권했다. 코닝은 `고릴라글라스`라는 강화유리로, 한해 1조원 안팎에 이르는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 코오롱이 코닝의 아성을 뒤흔들지 관심이 쏠린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