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은 산업의 한 분야입니다. 과학기술인이 생각할 때 과학기술과 ICT는 다른 겁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과학기술계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27개 과학기술단체 모임인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 관계자의 말이다. 대과연은 총선을 앞두고 과학기술인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집권 여당이 대과연 추천 인사를 비례대표로 받아들이지 않자 보수성 짙은 과학 단체마저도 “새누리당이 과학기술계 없이 국가의 미래를 세우려한다”는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19조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위다. 절대 규모로도 세계 6위를 기록할 정도로 과학기술에 투자한다. 그러나 과학기술 정책을 수행할 전문가는 많지 않다.
과학기술계는 넛크래커 신세인 우리나라가 눈앞에 놓인 현안을 해결하려면 과학기술 정책을 수행할 전문가가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계 관계자는 “참 답답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에만 없는 게 아니다. 정부 정책을 이끌어 갈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도 부족하다. 미래창조과학부 장·차관과 실장급 8명 가운데 과학기술부 출신은 단 한 명뿐이다. 미래부 1차관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정보통신부 출신이다. 5명의 실장급 가운데 과학기술전략본부장만 과기부 출신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전략본부는 정부 R&D 혁신 추진 기구로, 범부처 성격을 띠는 곳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과학부총리까지 배출하던 과학기술부가 정권 교체 때마다 잦은 조직 개편을 겪었고, 과학기술정책을 담당해 온 관료는 설 자리를 잃고 사라졌다.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
올해 우리나라 근대 과학기술은 5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가 과학기술에 달렸다는 구호가 넘쳐 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는 느낌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