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호스트 급성장, 공유숙박 이끄는 `실버세대`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빈방·빈집 빌려주기` 서비스인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 한국에는 총 1만3000개 `에어비앤비` 숙소가 등록됐다. 공유숙박 급성장을 이끄는 것은 은퇴 이후 세대다. 한국에서 50세 이상 집주인(호스트)이 운영하는 숙소는 작년 대비 133%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112%를 기록한 평균 숙소 증가를 웃돈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북촌 공유숙박 호스트는 올해 77세 박소자씨다. 박씨는 2012년부터 방 2개에 주방과 거실, 욕실이 1개씩 있는 약 66㎡ 규모 현대식 한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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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자(77)씨가 북촌에서 운영 중인 한옥 독채, 50여년 이상 된 한옥을 복원해 방2개에 거실, 주방, 욕실을 각 1개씩 갖췄다. 에어비앤비에는 작년 50대 이상 집주인(호스트)가 전년 대비 133% 늘었다.

박씨는 한옥, 한국 침구, 한식을 통해 외국인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것을 기쁨으로 여긴다. 그는 손님이 묵고 갈 때마다 이불을 뜯어 세탁하고 다림질한 후 한 땀 한 땀 박음질한다. 한국 지리와 문화에 서툰 외국인을 위해 직접 한국 음식과 물품 구매를 도와주는 일에도 기꺼이 나섰다. 박씨는 “외국인 손님이 와서 한옥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가는 것이 보람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씨가 운영하는 한옥에는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도 묵었다. 해외 방문 때마다 그 나라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네이선은 2013년 방한 당시 한국인 직원 추천을 받아 박씨 한옥에 머물렀다. 그는 박씨가 에어비앤비에 등록하면서 받은 첫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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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자씨는 숙박객이 자고 갈 때마다 이불을 뜯어 세탁한 후 다림질하고 다시 박음질해 내놓는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전통 한옥 생활 체험을 제공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어가 서툴지만 박씨의 정은 통했다. 박씨는 “굿모닝(Good Morning), 헝그리(Hungry)?”라고 물어보고 한식 아침상을 차려줬더니 매우 좋아했었다고 기억했다. 실제 네이선은 한옥 문화와 박씨가 차려줬던 한식 체험 등을 긍정적 사례로 강연 등에 소개했다.

에어비앤비 등록을 통해 박씨도 그 전까지만 해도 홈페이지 운영과 지인을 통해서만 알렸던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게 됐다.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지에서 외국 손님이 찾아왔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전 세계 호스트 중에 10%가 60세 이상 실버세대다. 에어비앤비는 언어별로 60대 이상 이른바 `시니어 호스트` 성공사례를 알리고 있다.

실버세대가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재정적 이유(49%)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회적 고립감 해소(28%), 활동적 생활 유지(15%)가 뒤를 잇는다.

실제 100만명이 넘는 실버세대 호스트 대부분은 은퇴(56%)나 자녀 출가 후 은퇴 전(25%), 부양가족이 없는 독거(15%) 상황이다. 60세 이상 실버세대가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갑작스러운 은퇴 이후 경제 문제나 고립감을 호소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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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숙박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나라 언어로 60세 이상 시니어 커뮤니티(호스트, 집주인)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씨 역시 한옥 숙박을 시작한 계기도 20년간 자원봉사 일을 해왔던 대학병원에서 일흔을 앞두고 은퇴를 통보 받으면서다. 평생 일했던 그에게 우울증이 올 정도로 상실감은 크게 다가왔다. 가족들은 고민 끝에 그가 한옥 숙박을 시작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그 결과 가족들은 박씨 일을 도우며 새로운 대화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술을 전공한 딸이 오래된 한옥을 사서 복원하는 데 참여했다. 현재도 숙박 예약지원, 관리는 물론이고 통역 등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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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자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한옥 대문 앞에 서 있다. 박 씨는 한옥, 한식, 한복 등 한국 문화 체험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제공하면서 경제적 이득 외에도 사회적 활동이나 정 나눔의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시니어 세대에게 경제적 안정 외에도 사회와의 소통은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한국 방문 외래관광객은 1324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로 관광객 숫자가 곤두박질치면서 관광 산업 전반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

정부는 2017년 2000만 외래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제주와 부산,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공유민박업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지방관광 활성화 및 숙박·관광업 서비스 향상을 위한 관리와 지원도 요구된다. 단순한 숙박 규제 완화에서 나아가 공유숙박을 이끄는 실버세대가 직접 하기 어려운 대형 침구류 세탁 등 외국인 대상 홍보를 위한 지원과 관리도 필요하다.

이형술 북촌가꾸기 회장은 “일부 숙박시설은 손님을 받기에 청결과 위생이 의심스러운 곳도 있다”며 “정부가 기본적 침구위생 등에서 관리와 지원을 함께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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