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정책 발표 시기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책 발표를 당기거나 늦추는 것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서다. 정치 이슈가 정상적 경제정책 추진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주요 경제정책 발표 시기가 예정보다 당기거나 늦추는 등 조정했다.
기재부는 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이달 말 발표한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데 6~7월까지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며 정책 변수까지 불확실성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면세점 제도 개선안 발표가 당겨지며 총선을 앞두고 서둘러 마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6일 공청회를 열었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정부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대안에 업계는 불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여부를 두고 찬반이 엇갈렸다. 정부는 결국 시내면세점 추가 여부를 제외한 `미완성 개선안`을 이달 말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재부는 이달 발표 예정이던 `청년·여성 고용대책`도 공개를 4월 말로 늦췄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 위해”라고 설명했지만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에 공개된 일부 고용대책이 호평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입법도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이달 추진하기로 했다. 19대 국회 내 입법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규제프리존은 지역별 전략산업 육성 방안을 담기 때문에 애초부터 `지역구 관리용`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발표하는 경제정책은 부담이 크다”며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시급한 게 아니면 발표를 미루는 게 낫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 승인 여부 결정 시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결합을 반대하는 진영은 총선을 앞둔 어수선한 상황에서 공정위가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자료보정 기간을 제외한 심사기한(120일)이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통신업계 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