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국이 유럽보다 수 천 년 앞선 역사를 가졌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유럽이 빠르게 추월해 현대 세계에서 강국이 됐습니다. 원인은 `다양성` 입니다. 유럽에서 지식, 문화 등 다양성이 존재하고 분열을 거듭한 것이 통일을 중시한 중국을 앞서게 된 것이죠. 기술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충렬 한국알박 대표는 디스플레이·반도체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전략을 `총·균·쇠`에서 찾았다. 수 천 년 앞선 중국과 서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아닌 유럽이 세계적 강국이 된 요인을 바탕으로 미래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균·쇠`는 1998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 문명과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풀어냈다. 인종주의나 생물학적 차이로 인류 발전을 바라본 것이 아닌 자연과학자 시각에서 인류 발전 요인을 해석한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고 백 대표는 설명했다.
백 대표는 평소 진화생물학에 관심이 많다. 자연과학 분야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그만의 독후감 노트에 꼼꼼하게 핵심 내용을 기록한다. 진화생물학을 주제로 외부 기업에서 강연도 하는 전문가로 업계서 유명하다.
5권 째인 그의 독후감 노트는 핵심 내용 정리와 복사해 붙인 본문 이미지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다. 진화생물학에 대한 높은 흥미와 열정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저자는 유럽의 성장 요인을 `다양성`, 중국과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후퇴 요인을 `만성적 통일`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이 로마제국 침몰 후 수 백 개 소국가로 분리되는 등 계속 분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과 문화가 등장했고 서로 상충하면서 전체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통일을 중시한 문화가 발전을 저해했다. 진시황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중앙집권적 전제군주 체제를 확립했지만 사상 통일을 위해 과거 6국 역사를 지우고 사학을 근절시키려는 분서, 지식인을 대규모 숙청한 갱유 등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백 대표는 최근 중국이 부상해 한국 디스플레이·반도체 산업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것에 대해 총·균·쇠의 분석처럼 `오픈 R&D`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박그룹은 본사가 위치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대만, 중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지 전문가와 기술을 육성·확보하고 있다”며 “고객이 다양한 국가에 위치한 만큼 연구개발도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연구개발 하려면 기업은 노하우와 기술을 적정 수준에서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며 “국내 장비기업은 중국의 기술 노하우 유출을 우려하기보다 전략적 오픈 R&D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