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G5에 장착된 듀얼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화각이 다른 두 개 카메라가 메이저 스마트폰 업체 전략 상품에 적용되면서 시장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G5 듀얼 카메라는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시장 세계 1위인 LG이노텍이 개발,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
◇사람의 시야보다 넓은 `135도` 광각 카메라
G5 후면에는 각각 135도와 78도 화각의 카메라 두 개가 장착됐다. `듀얼(Dual) 카메라`라고 부르는 이유다. 마치 한 제품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지만 135도 화각을 지원하는 광각 카메라가 핵심이자 새로운 기술의 집약체다.
화각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는 시야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사람 시야각은 120도다. 광각 카메라는 사람 시야각보다 훨씬 넓은 135도 화각을 구현했다. 시선이 미처 닿지 않는 곳까지 촬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풍경을 찍더라도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더 많은 배경을 한 화면에 표현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 것 또한 수월해진다.
◇“플레어를 잡아라”
지금까지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은 화각이 78도였다. 135도는 이보다 1.7배 넓은 범위를 촬영할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이런 광각을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구현하는 건 매우 어렵다. 소형 설계뿐 아니라 광각의 고질적 문제인 `플레어 현상`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레어 현상이란 빛이 렌즈에 강하게 들어올 경우 빛이 동그란 형태로 퍼져 보이거나 사진 일부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이다. 빛이 렌즈 내부에서 난반사 되면서 발생한다.
김창현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개발팀장(수석연구원)은 “화각을 넓힐수록 플레어가 증가했는데, 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광각 렌즈는 더 넓은 범위를 담을 수 있지만 동시에 유리나 건물벽 등에서 반사된 빛도 함께 찍힐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보니 난반사가 심하고 사진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야기한다.
개발팀은 프로젝트 초기 카메라모듈 설계를 바꿔봤다. 그러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발팀은 다시 빛을 통과시키는 부분에 집중키로 하고 렌즈 자체 성능을 혁신하기로 뜻을 모았다. 난반사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반사 방지 코팅 공법 개선에 돌입했다.
렌즈 설계 전문가를 투입하며 원점부터 재검토했다. 수백 번의 테스트를 진행했고, 마침내 기존보다 3.2배나 넓은 렌즈 표면에 균일한 반사 방지 코팅을 구현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난반사를 줄일 수 있었고 플레어 현상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김 팀장은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고 끝까지 실행하는 회사 문화가 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 광각에 최적화한 반사 방지 코팅이었다”고 전했다.
◇슬림 디자인을 위한 `극한 다이어트`
카메라모듈을 얇게 만드는 일도 숙제였다. 스마트폰 완제품의 디자인 완성도를 위해서는 6㎜안에 모든 걸 넣어야 했다.
광각 카메라모듈 개발에 참여한 유동국 수석연구원은 “이미 얇을 대로 얇아진 카메라모듈을 더욱 슬림하게 만들어야 했기에 상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광각 카메라에 적용된 렌즈는 지름이 4㎜다. 기존 렌즈보다 약 3.2배나 크기가 커졌다. 여기에 렌즈수도 전보다 늘어 모듈 자체를 슬림하게 만들기는 매우 힘든 과제였다.
유 수석연구원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렌즈와 이미지센서, PCB(인쇄회로기판) 등 각 부품을 해체해 적합성을 재검토하며 설계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슬림 구조 설계와 함께 모든 렌즈에 비구면 방식을 적용, 렌즈가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제품 공개 약 3개월을 앞두고 초기보다 20% 얇아진 두께 6㎜ 초슬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세계 최박형 2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을 시작으로 1600만 화소 손떨림방지(OIS) 기술에 이르기까지 10여년간 선보인 슬림형 제품 개발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가 힘이 됐다는 게 개발팀의 설명이다.
LG이노텍 카메라모듈 기술은 세계 최고로 손꼽힌다. LG이노텍은 2005년 카메라 모듈을 첫 출하한 이후 지난해 판매 10억개를 돌파했다. LG전자뿐 아니라 북미·중화권 업체에도 카메라 모듈을 공급 중이다.
김창현 개발팀장은 “LG이노텍은 그동안 손떨림 보정, 대구경 조리개값 F1.8 등 혁신 기술을 연달아 선보이며 스마트폰 카메라 한계를 극복했다고 자부한다”며 “이번에도 광각 카메라모듈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