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우리나라 우수 과학자들은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이공계 박사급 인력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15년 한국두뇌유출지수에서 10점 만점에 3.98점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0점에 가까울수록 고국을 떠나는 비율이 높고, 반대로 10점에 가까우면 고국에서 활동함을 뜻한다. 한국 조사 대상 61개국 중 44위로 인도 4.87(29위), 멕시코 4.55(32위), 일본 4.43(34위) 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인 노르웨이(8.27) 스위스(7.56) 미국(6.82) 등에는 한참 뒤처진다.
한국무역협회의 실태조사에도 역시 국내 고급두뇌들이 경직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해외 대비 상대적 열위의 연구개발 수준, 불안정적인 일자리와 낮은 연봉 수준 때문에 해외로 이동한다고 조사됐다. 고급두뇌를 확보하려면 연구개발 근로환경 개선과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개선 노력 필요한 것이다.
고급 두뇌가 고국을 등지는 것은 낮은 처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2065명의 이공계 인력을 조사해 발표한 `이공계인력 육성·활용과 처우 등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공계 박사의 연간 근로소득은 2013년 7854만원으로 2012년 7613만원보다 242만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1년에서 2012년 276만원 상승보다 낮다. 전공별로는 의·약학이 8500만원, 직장유형별로는 대학이 8056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물가와 함께 올라가는 근로소득 상승보다 중요한 것은 만족도로 꼽힌다. 2014년도 이공계 박사의 직장 만족 비율은 56.8%로 2013년 55.1%보다 1.7% 상승했지만 항목별 만족도를 세부적으로 보면 `사회적 인지도`를 제외하고는 근로소득, 인센티브, 근무시간, 복지후생 등 대다수 항목에서 하락했다.
이공계 비정규직 처우개선도 시급하다. 잠재적 고급두뇌인 신진연구자들은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들어가기 어려워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연구 활동을 시작한다. 2014년 8월과 지난해 2월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중 비정규직은 약 40%에 달했다. 이는 직업 안정성을 위협하고 연구활동의 한계, 임금, 교육훈련, 복지제도 등에서도 차별받아 향후 진로 이탈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임금 현실화, 교육훈련 제도, 복지제도 차별 최소화로 신진 연구 인력에 안정적 일자리 제공이 필요하다.
김진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인재정책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과거 과학기술을 우대하는 분위기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국부를 창출하는 직업보다 의사나 변호사 등 체제를 유지하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와 경제적 처우가 더 높아 이공계 인력의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며 “과학기술계는 기술변화가 큰 상황에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문계보다 임금이 높다지만 전체 생애 임금 측면에서 보면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것은 기업에 있는 연구 인력인데 이들은 만족도가 50점 이하로 공공기관·대학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국 두뇌유출 지수(0점에 가까울수록 고국을 떠나는 비율이 높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