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아직은 인간이 해볼 수 있는 수준"

Photo Image
이세돌 9단(왼쪽)과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오른쪽) <전자신문DB>

이세돌 9단은 15일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알파고가 상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인간이 해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알파고가 두는 수법을 보며 과연 우리가 기존에 두고 있던 게 다 맞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더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9단은 “다시 붙어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력 우위는 인정 못 하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끝없이 집중하는 부분은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초반 조금 유리했음에도 패한 것은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알파고가 초반에 실수한 것 같았지만 바로 회복해 접전을 펼쳤다”며 “이번 매치에서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한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알파고는 이날 안정적 운영과 빈틈없는 끝내기로 280수 만에 이 9단에 불계승을 거뒀다. 5회 대국 통틀어 처음 양측 모두 초읽기에 몰리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알파고는 전체 5국 중 4승을 거두며 인간 고수를 압도했다.

대국 후 이어진 시상식에서 하사비스 CEO가 알파고를 대신해 우승상패와 한국기원 명예 9단증을 받았다. 이하 일문일답.

Photo Image
이세돌 9단 <전자신문DB>

-알파고를 자기보다 고수라고 느낀 적이 있나. 바둑 이해는 경기를 통해 어떻게 바뀌었나.

▲이 9단=기본적으로 알파고가 상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인간이 해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그런 차원에서 아쉽다는 얘기를 드렸다. 바둑은 즐기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가 바둑을 즐기고 있나`하는 의문을 가졌다. 이번 대국은 원 없이 즐겼다. 바둑에 대한 이해보다는 인간 창의력과 바둑 격언에 있던 것에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더 연구해봐야겠다.

-5국을 통해 본 알파고는 일반기사와 어떻게 다른가. 또 다시 알파고와 승부하겠나.

▲이 9단=다른 것은 기본이다. 두는 스타일 환경이 너무 달랐다. 적응하는 데 시간 걸린 게 사실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끝없이 집중하는 부분은 이기기 힘들다. 다시 붙어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실력적 우위는 인정 못 하지만 심리적 부분과 집중력은 위에 있는 것 같다.

Photo Image
데미스 하사비스 CEO <전자신문DB>

-알파고 향후 계획은.

▲하사비스 CEO=이번 대국에만 초점을 맞춰 향후 상황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 안 했다. 알파고를 더 발전시키는 부분을 많이 파악했다. 영국으로 돌아가 몇 주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이다. 더 많은 대국을 할지, 일반 대중에게 관련 기술을 공개할지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개발 방향은.

▲아직 인공지능 개발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국에서 발전한 모습 보였지만 해결할 문제가 남았다. 앞으로 인류와 사회에 도움 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 헬스케어, 과학 등에 적용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문제도 숙고한다. 딥마인드가 구글에 인수될 때 조건 중 하나가 윤리위원회 설립이었다. 학계, 기업과 적극 교류하겠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