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3G·와이브로 가입자가 감소했는데 통신품질이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사용자가 줄면 통신 품질이 높아지는 게 당연한데도 유지보수 미흡 등 여러 이유로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여전히 1800만명에 이르는 2G·3G·와이브로 사용자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ICT 정책해우소에서 기존 이동통신서비스 품질 저하가 주요 이슈로 거론됐다. 가입자가 늘어나는 롱텀에벌루션(LTE)과 달리 가입자 감소 추세인 기존 서비스 품질이 저하된다는 게 쟁점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지난해 말 통신품질 측정 결과를 재가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와이브로 평균속도는 5.92Mbps(다운로드 기준)로 2014년(6.8Mbps) 대비 12.9% 감소했다. 3G 평균속도는 4.75Mbps로 전년(5.1Mbps)보다 6.9% 줄었다.
2G음성통화 품질은 LTE 음성통화(VoLTE)에 비해 상당히 미흡하다. 취약지역 통화 성공률은 타사 간 통화의 경우 76.42%다. 네 번 통화를 시도하면 한 번은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사 가입자 간 통화 성공률도 85.5%에 불과하다. 취약지역 자사 가입자 간 VoLTE 통화성공률은 96.6%에 달한다.
미래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국내 LTE 사용자는 4078만명으로 전년 대비 11.5% 늘었다. 반면 2G·3G·와이브로 전체 가입자는 1863만명(3G 1295만명, 2G 488만명, 와이브로 80만명)으로 2014년 대비 약 16% 감소했다.
주파수를 사용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는 사용자가 줄면 개인당 사용 주파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통화 품질이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가입자 감소에도 2G·3G·와이브로 통신 품질이 나빠지는 것은 여러 이유로 해석된다.
이통사는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이 높은 LTE로 가입자를 유인하는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적은 서비스 망 관리에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 기존 서비스 커버리지가 줄어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일부 이통사가 2.1㎓ 대역 주파수 일부를 LTE로 용도 전환하며 3G 품질이 나빠졌다고 보고 있다.
이통사 입장은 다르다. 2G 사용자 중에는 도심보다 지역 거주자가 많이 쓰기 때문에 통신망 밀집도 등을 고려하면 통신품질 측정 결과가 안 좋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측정 지역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본적인 망 유지보수 예산만 매년 수천억원으로 망 투자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G·3G·와이브로 가입자는 여전히 1800만명에 이른다는 점, 가입자 감소에 따라 품질도 나빠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반기 내 통신서비스별 통화품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커버리지 맵이 공개되면 이 같은 사실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통사가 가입자가 적은 일부 서비스 커버리지는 강제가 아닌 자율적으로 공개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해우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신규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면서 동시에 기존 서비스망도 관리해야 하는 사업자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당기간 2G와 3G 가입자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 부담은 줄이면서 기존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서비스 품질 변화(자료:2015년 통신품질측정 결과 재구성)>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추이(자료:미래부, 단위:만명) >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