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은 블로그를 운영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진보주의 경제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도 관심이 많아 경제 민주화 등을 지지하며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폴 크루그먼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2008년 미국 PBS 방송 인터뷰에서 경제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오래된 SF 소설 중에 ‘파운데이션’이라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역학을 밝혀낸 사회과학자가 인류 문명을 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도 그런 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현존하지 않은 학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비슷한 경제학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폴 크루그먼을 세계 유명 경제학자로 만들어낸 파운데이션 속 학문은 바로 ‘심리역사학’이다. 심리역사학은 소설 중심이 되는 캐릭터 해리 셀던 박사가 주장하는 세계를 읽고 예측할 수 있는 학문이다. 파운데이션에 등장하는 ‘은하대백과사전’에서는 사회 경제적 자극에 대해 인간 집단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다루는 수학적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인류가 언제 어떻게 망하고 다시 문명을 부활시킬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학문이다.
셀던 박사는 심리역사학으로 미래를 예측해 인류(작중에서는 은하제국) 문명을 잃고 암흑기에 빠지게 되는 3만년을 1000년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그 기나긴 여정을 다룬 SF 소설이다.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이 심리역사학과 가장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경제가 사회·정치·문화와 맞물려 돌아가는 형세를 보면 유사한 점을 많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심리역사학처럼 정확하고 구체적인 미래 예측은 힘들다. 일부 학자는 ‘미래학’이라는 학문으로 세상을 읽으려는 시도한다.
이처럼 미래를 읽으려는 시도는 옛날에도 존재했다. 많은 권력자들이 점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려고 했다. 예언도 마찬가지다. 지금에서야 모두 미신 수준으로 취급받는다. 과학이 발전하는 만큼 미래 예측을 좀 더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은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공포심도 영향을 미쳤다. 미래를 향한 관심과 노력은 어떤 방식이든 인간에게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파운데이션의 셀던 박사는 “다가올 암흑시대는 3만년 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그동안 1000세대에 걸쳐 인류는 오랜 고통에 시달릴 것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맞서 싸워야만 합니다.”라고 말한다. 과학 발전도 이런 노력을 토대로 진행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