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시대가 오고 있다. 바로 광기술이다. 광기술은 빛의 특성을 파악하고 응용하는 분야다. 빛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조명, 광통신, 레이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에너지, 조선, 농생명, 건설, 의료기기 등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2011년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 광산업 규모는 2010년 기준 3800억달러다. 매년 8%씩 성장해 2020년 89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광기술은 1930년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쓰이기 시작하더니 1970년대에는 통신분야 혁신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반도체 레이저, 광 다이오드, 광센서 등이 실용화되면서 의료, 자동차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중 일상 곳곳에서 활용되는 레이저기술은 발명된 이래로 초고속 광통신, 바코드 스캐너, 프린터, DVD 플레이더 등에 쓰인다. 최근에는 의료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병원에서 수술용 칼 대신 레이저를 절개에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고 출혈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안과에서는 라식이나 라섹 수술과 같은 시력 교정, 피부과에서는 점을 빼거나 흉터를 제거하는데 사용하고 치과에서는 충치 치료에 쓴다. 산업현장에서도 레이저는 유용하다. 레이저 마킹, 고정밀 가공, 절단, 용접 등 많은 분야에서 이용된다.
이 중 2000년대 이후에는 광섬유 레이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광섬유 레이저는 빠르게 기존 고체와 기체레이저를 대체하고 있다. 광섬유의 구조적 특성에서 오는 우수한 빔품질, 높은 효율, 저손실, 효과적인 열 발산 등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광섬유에 첨가되는 희토류 원소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발진 파장 구현도 가능하다.
광섬유 레이저는 1964년 스니처가 실험 논문에서 최초로 발표한 기술이지만 약 20년이 지난 후에야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졌다. 영국에서 광섬유 코어에 희토류 금속을 첨가하는 법을 발표했고 이 방식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광섬유 레이저는 일반 레이저의 가스관이나 크리스탈을 이득매질로 사용하지 않고 희토류 원소를 첨가해 이득매질로 사용한다. 첨가된 원소에 따라 레이저 출력파장이 달라진다.
광섬유 레이저 성능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연속광 광섬유 레이저 출력은 1990년대 초반 수W에서 2009년 10㎾ 수준으로 증가했다. 고출력 여기용 레이저 다이오드와 이중 클래드 구조 광섬유 덕분이다.
시력 교정수술인 라식에는 레이저를 이용하는데 펨토초 레이저를 도입하면서 그 성과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014년 CNN은 독일 요제프 비레 하이델베르크대 박사가 파면유도맞춤형 라식수술에 펨토초 레이저를 도입하면 시력을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보도하기도 했다. 펨토초 레이저를 사용하면 보통 시력보다 2배 좋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저는 군대에서도 활용된다. 10년 후에는 레이저로 로켓을 파괴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십 ㎾급 고출력 레이저를 무기에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해군은 2015년 중동 걸프지역 수송 상륙함인 ‘폰스함’에 레이저포를 배치해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레이저포는 미사일을 요격할 정도로 출력이 크지 않고 유효 사정거리도 2㎞ 이내로 짧지만 1회 발사 비용이 약 1달러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천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포탄이나 미사일 발사 비용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높다. 레이저 출력이 커지는 것에 따라 미사일이나 전투기 요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광섬유에도 한계가 있다. 출력 한계값이 낮다는 것이다. 광섬유의 기하학적 구조는 고출력의 열을 효율적으로 발산하게 하지만 출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는 이를 해결하려고 하면 모드불안정성이 생기는 어려움에 봉착해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광섬유는 높은 신뢰성, 긴 수명, 단가하락으로 마킹, 얇은 금속판과 다른 재료의 커팅에 좋아 다른 레이저 시장을 급속하게 대체하며 시장을 확보해가고 있다.
레이저 용접은 고밀도 에너지 빔을 작은 초점을 맞춰 재료표면을 빠르게 용접하는 방법이다. 광섬유 레이저는 용접 부위 집중도가 높아 정밀하고 매질 깊숙이 용접이 가능하고 용접 속도가 빠르다. 고체레이저와 비교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깊이의 용접이 가능하고 낮은 전력 소모를 갖는다. 레이저 마킹은 금속이나 비금속, 세라믹, 플라스틱, 반도체 등 여러 매질에 문자나 숫자, 바코드, 로고 등을 새기는 데 이용한다.
스트레티지 언리미티드의 레이저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17년까지 광섬유 레이저 응용분야 매출은 센서와 킬로와트 소재 가공분야에서 연평균 17.5% 성장률이 예측된다.
현재는 물질가공 분야에 주로 사용되지만 향후에는 의료, 3D 프린터 등 새로운 분야로 응용이 더 커질 것이다. 산업 공정이나 대기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물질 분석에도 광섬유 레이저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널리 쓰이지는 않고 있다. 주로 광섬유 레이저 광원은 수입에 의존하고 이를 활용한 시스템 연구와 개발에 치우진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KIST 광섬유연구실에서 이터븀과 툴륨 첨가 광섬유, ㎾급 연속광 광섬유 레이저, 펨토초 광섬유 레이저, 레이저 공진기용 광섬유격자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