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A회장은 사내 파일 영상을 전 직원과 공유하고 싶었다. 지역에 있는 사무소와 해외 지사 직원도 포함해서다. 그 때부터 정보기술(IT) 담당 부서는 패닉에 빠졌다. 일반 인터넷 망이 아닌 회사 전용망(인트라넷)으로 대용량 동영상을 서비스한다면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원을 그룹별로 나눠서 동영상을 순차적으로 열어주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대용량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인터넷 망을 기업 전용망처럼 활용하는 서비스가 나온다. 네트워크를 가상화해 ‘클라우드’처럼 사용하는 방식이다. 최적의 네트워크 경로도 찾아줘 통신 속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아카마이는 올 하반기 ‘클라우드 네트워킹’ 솔루션을 내놓기 위해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협력 체계를 구축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싱텔·오렌지·AT&T 등 주요 거점 통신사를 시작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향후 국내 통신사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별로 네트워크 거점(팝)에 서비스를 위한 추가 장비 설치가 한창이다.
클라우드 네트워킹은 기업 전용선을 대체하는 가상의 인터넷이다. 소프트웨어(SW)로 인터넷 특정 구간을 가상화해 기업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내부 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기업에게 적합한 ‘프라이빗’ 서비스다. 가상화된 네트워크는 특정 기업만 사용 가능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아카마이는 최근 기업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한다는 점에서 솔루션을 고안했다. 기존 기업 전용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데이터로 인해 발생하는 병목 현상과 통신 지연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A회사처럼 기존 인프라 대비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소화해야할 때 인터넷 망을 빌려 자사 전용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손부한 아카마이코리아 대표는 “기업 내부에서 동영상 콘텐츠 활용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면서 기존 인트라넷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다”며 “기업이 직접 전용선을 추가 확보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법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전용선 구축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네트워크를 가상화한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기술과 흡사하지만 아카마이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을 십분 활용했다. CDN은 여러 연결점(노드)을 가진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최적의 경로를 찾아 내보내는 방식이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 연결해 콘텐츠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있어 신속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클라우드 네트워킹도 최적 네트워크 구간을 가상화해 서비스할 수 있다. 아카마이는 세계 120여개국에 1487개 네트워크, 21만대 이상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손 대표는 “세계 인터넷 트래픽 가운데 최대 30%가량이 아카마이 CDN 망을 통한다”며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로 보안을 높여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도 막을 수 있어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