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아니 일본이 흔들렸다. 진원지는 1912년 이래 일본 가전 시장을 이끌어오던 발명제국 샤프. 대만 홍하이에게 매수된다는 소식이다. 홍하이는 7000억엔(약7조7000억원) 규모로 샤프 지원과 함께 현재 경영진 유지를 약속했다. 또 향후 액정 사업 부분은 유지하되 태양전지 사업 분리를 제안했다.
그간 일본 정부가 추진한 샤프 지원안은 출자액 3000억엔과 주거래은행 등으로부터의 3500억엔 금융지원이다. 샤프 경영진 쇄신과 액정 사업 분리도 포함한다. 샤프측 의사결정자들에게 더욱 중요했을 대목이다. 금융지원 규모에 있어 홍하이측 제안에 대응하고자 상당폭 상향조정을 해왔으나 경영진 쇄신과 액정 사업 분리는 양보하지 않았다. 회사 주주에게 설득력이 떨어지는 제안임에는 틀림없다.
창업자 하야카와 도쿠지는 지난 1912년에 ‘벨트버클’ 실용신안을 등록했다. 제품명 ‘도쿠비죠’로 완성된 이 발명은 기업 샤프의 출발이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다. 라디오, 텔레비전, 전자렌지 등 가전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제품화했다. ‘회전 트레이’가 있는 전자렌지도 샤프가 세계 최초다. 전자 분야에서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이어가며 샤프는 일본 8대 전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입지는 흔들릴 것 같지 않았다. 【사진2】
샤프가 패착하게 된 원인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 그리고 적시적소의 투자 실패 등이 꼽힌다. 시장을 읽지 못한 특정기술에 대한 샤프의 고집스러운 집착도 거론된다. 특허경영은 발명을 발명으로만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과 시장, 연구개발과 같은 경영 요소들이 화학적 융합을 일궈내야 한다. 어려운 이야기다. 블루오션은 그렇게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발명제국 샤프가 창업자 하야카와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일본에서 출원한 특허는 실용신안을 포함 대략 10만건이다. 미국 특허는 약 9500건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출원건수는 약 6만5천건이다. 양적으로는 삼성전자에 뒤지지만 개별 특허 품질과 발명자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피인용 지수 등을 본다면 샤프의 특허활동이 결코 삼성에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홍하이는 이제 샤프가 보유한 액정, 유기EL 분야 기술 및 인력과 인프라를 흡수한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단순 수치상의 우위가 아닌 특허와 같은 권리 확보를 통해 실질적 시장지배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과연, 홍하이 궈회장은 이 구슬들에게 보배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특허와 기술이 경영 변두리에 있지 않고, 핵심 요소에 녹아들도록 하는 것.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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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현 IP노믹스 전문객원기자 yoon.s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