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령부와 상급기관을 연결하는 국방부 유선통신망 사업 입찰 결과가 도마에 올랐다. 입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특정 컨소시엄을 밀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정당업체 제재 조치로 사업 참여시 감점을 피할 수 없는 업체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업계 반발이 거세다. 국방부에서는 관련 문제제기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1일 SK텔레콤은 최근 ‘국방 광대역통합망 주·보조 노드 회선 임차(체계구축) 사업’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국방부에 이의 신청했다고 밝혔다. 우선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친 기술 평가 세부 항목과 사업 신인도 점수를 공개해 달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통합망 사업은 5년 전에도 국방부 소속 평가위원이 의도적으로 KT를 밀어줬다고 논란이 됐던 사업이다.
국방 광대역통합망은 육·해·공군 사령부와 군단급 사령부를 연결하는 유선 지휘 통신망이다. 통신망에 문제가 생기면 군 작전 수행이 불가능할 만큼 중요한 인프라다. 해당 사업은 올해 4월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총 751억원을 투입된다.
사업 입찰에는 KT와 SK텔레콤·LG유플러스 컨소시엄이 경쟁했다. 평가 방법은 기술 90%, 가격 10%다. KT는 시스코를,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알카텔루슨트 장비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위원은 외부 인원 1명을 포함해 6명으로 구성됐다.
기술 평가점수를 주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국방전자조달에 고시된 기술 평가 점수는 SK텔레콤 87.02, KT 88.25로 KT가 약간 앞섰다. 그러나 SK텔레콤 측이 입수한 평가위원 평균 점수는 SK텔레콤 86.8, KT 88.12로 차이가 벌어졌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0.1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점수 차이가 서로 다르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격은 SK텔레콤 450억원, KT 520억원으로 SK텔레콤이 훨씬 적은 금액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위원간 기술 점수 편차도 도마에 올랐다. 평가 위원 기술 점수에 따르면, 총 6명의 기술 평가 편차 비율을 100%으로 잡았을 때, 특정 2인의 위원 편차가 70.8%를 차지했다. 나머지 평가위원 평균 편차가 29.2%에 비해 격차가 너무 크다. 즉 대부분 평가위원이 1점 이내로 기술 편차를 두었다면 특정 2인은 KT와 SK텔레콤 점수 차를 3점 가까이 벌렸다는 의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술 평가 점수 편차가 낙찰자 당락을 결정했다”며 “사업 공공 제안서(RFP) 평가 항목별 기준과 평가 위원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 따르면, 정량 평가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 차이를 전체 편차 3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사업자 신인도 평가 논란도 있다. SK텔레콤은 KT가 지난 2014년 10월 국방부로부터 부정당 제재 조치를 받은 것이 우선협상자 선정에 반영됐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방부 훈령에 따라 부정당 제재 완료일부터 2년간 사업 참여 시 감점 처리해야한다는 게 SK텔레콤 측 주장이다. 국방부는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초기 사업을 발주한 국군재정단에 이어 국방부장관, 국군지휘통신사령관 등 고위부까지 공문을 보내 이의 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국방부는 아직까지 특별한 반론을 제시하지 않았다. 국방부의 해당 사업 관계자는 “SK텔레콤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적이 없으며 해당 사업 관련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방부가 지난 사업에 참여했던 KT를 일방적으로 밀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KT는 2011년 사업자 선정 후 지난해까지 800여 차례 장애를 일으켜 손인춘 의원 등으로부터 국정 감사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알카텔루슨트 장비로 사업에 참여했던 KT가 이번 시스코 장비로 교체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국방부 광대역통합망 장애 건수(자료:국방부 국정감사 자료)>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