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흥망성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잘 나가던 기업도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2000년대 초 벤처 열풍을 일으켰던 기업 중 생존해 있는 회사도 많지 않다. 10년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 간판을 내리는 건 충격이다.
100년 기업 일본 샤프가 결국 대만 혼하이 품에 안겼다. 샤프 이사회는 25일 혼하이가 제시한 총액 6600억엔(약 7조2782억원) 규모 지원안을 수용했다. 일본 정부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자국 기업의 대만 매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매각은 예견됐다. 그러나 이날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끌어온 샤프 매각 소식은 일본 경영계 분위기를 무겁게 한다. 일본 대형 전자업체가 외국 기업에 인수되는 건 처음이다. 샤프는 한 때 세계 LCD 산업에서 ‘넘버1’이었다. 세계 최초로 10세대 LCD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실적 부진, LCD 가격 하락으로 운명이 바꿨다. 어쩌면 일본이 경험했던 ‘잃어버린 10년’이 만든 아픈 편린일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도시바 샤프 등 일본 주요 전자업체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다. 토요타와 JAL 등은 부진을 털고 다시 비상을 시작했다. 토요타는 세계 자동차 시장 1위를 되찾았다. 엔저 기반 아베노믹스는 일본 제조업을 부활시켰다.
기업경영은 패자부활전이 없다. 사실상 단판 승부다. 경영의 판단착오와 투자시기를 놓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직면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및 전자업체가 샤프 매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기업이 대형 및 휴대폰용 디스플레이 산업을 선도하면서 일본 기업이 힘들어졌다. 앞으로 10년은 어떨까. 중화권 기업 바람이 거셀 게 분명하다. 샤프를 인수한 혼하이 이노룩스 등 대만 기업과 중국 기업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묘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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